[스포츠 인사이드] 박지성만 정상에 오른 이유

입력 2008-05-13 08:58:18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바닥에서 솟구쳐 올라 정상에 올랐고 이영표(토튼햄 핫스퍼)와 설기현(풀햄), 이동국(미들즈브러)은 추락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007-2008시즌이 끝나면서 한국인 선수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실력과 감독과의 궁합 등이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부터 당한 무릎 부상으로 힘겨운 장기 재활 과정을 거쳤고 2007-2008시즌 중반인 지난해 12월부터 팀에 복귀했다. 복귀 후 초반에는 예전의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팀에서 중요도가 떨어졌으나 점차 자신의 장점인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 플레이에 충실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박지성은 시즌 종반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줄곧 선발로 출전하면서 경쟁자인 루이스 나니와 라이언 긱스를 밀어냈다. 박지성의 성공은 감독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헌신적인 플레이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팀에 기여도가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 시즌 12경기에서 1득점, 1어시스트에 그쳤던 박지성에게는 지난 시즌에 이어 공격수로서 어시스트와 득점을 더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영표는 전임 마틴 욜 감독과의 궁합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그의 후임인 후안데 라모스 감독과의 궁합이 깨지면서 후보 선수로 밀려났다. 라모스 감독은 왼쪽 윙백이면서도 왼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영표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이영표는 1월말부터 이어진 20경기에서 단 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설기현 역시 로리 산체스 감독과의 궁합은 괜찮았지만 그의 후임인 로이 호지슨 감독과 불화설이 나도는 등 팀내 입지가 좁아졌다. 설기현은 1월 중순부터 15경기에 연속 결장하면서 2군 경기에만 간혹 모습을 나타냈다.

이동국은 프리미어리그가 원하는 수준의 플레이와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동국은 문전에서 민첩성과 결정력이 떨어지는 등 스트라이커로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끝내 리그에서 1골도 넣지 못했다.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연봉 외에 10억8천여만원 정도의 보너스를 받게 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챙기게 됐다. 그는 22일 첼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도 남겨놓고 있어 그의 부와 명예는 더 커지게 됐다.

이영표와 설기현, 이동국에게는 쓸쓸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이영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보다 낮은 네덜란드 리그의 친정팀 PSV에인트호벤이 손짓하고 있고 설기현도 팀을 옮겨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주가가 폭락한 이동국은 일본 쿄토 퍼플상가에서 러브 콜 설이 나도는 등 유럽에서 머물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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