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전쟁'하면 '빨갱이',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북괴의 남침', '중공군의 인해전술',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장군' 등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포스터나 표어 만들기, 글짓기 등을 통해, '똘이장군' 같은 만화영화나, '전우' 같은 TV드라마를 통해 반공의식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반공'에 대해선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자연스럽게 전쟁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희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전쟁을 '게임'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 핵미사일의 위력 등 최첨단 무기에 대한 정보도 머리 속에 가득하다.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전쟁은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뿐 아니라 귀중한 자원을 파괴한다. 어디 이뿐일까?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죽음과 상실,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충격 등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몇 세대가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응어리로 남는다.
권정생의 장편 소년소설 '점득이네'는 8·15 광복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민족의 비극과 슬픈 현실을 담담하면서 조금은 거칠게 그려냈다.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이야기, 판타지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소설은 지루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권정생은 머리말에서 "가끔 아이들의 편지를 받아 보면, 너무 슬픈 이야기만 쓰지 말라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슬픈데 어떻게 슬픈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그렇다. 아이들에게 전쟁의 참혹함과 무서움을 일깨워 주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그들의 미래를 위한 훌륭한 교육이다.
'점득이네'에 나오는 사람들은 한없이 여리고 불쌍하다. 점득이네 식구와 외삼촌네 가족, 판순이와 할머니,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고아들. 그들은 서로 다른 슬픔과 상처를 갖고 있다.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치른 전쟁이 비극의 씨앗이다. 분단과 전쟁은 점득이와 점례에게 부모를 빼앗고 또 점득이의 눈을 멀게 했다. 해방군을 따라 간 외사촌 형 승호 때문에 행복했던 외삼촌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에 자라나는 아이들은 누구나 일찍 어른스러워지게 한다. 각박한 세상은 아이들의 동심을 빼앗고 억척스럽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래서 씩씩하고 용감한 판순이는 추월이 언니처럼 기생이 되려는 마음까지 먹는다.
"이런 세상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자기 몸을 팔아서라도 먹고 살아야 한단다." 점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어떤 세상인데?" "부자는 자꾸자꾸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자꾸자꾸 가난해지는 세상이지 뭐야." 노래를 잘하는 점득이는 고아원 보모 선생님의 추천과 미군 장교의 도움으로 미국에 가서 음악 공부를 할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점득이는 미국이 싫다. 점득이는 자신의 눈을 멀게 했고, 어머니와 판순이네 할머니,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뺏어간 미군 전투기의 모과나무골 폭격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처럼 동심을 멍들게 하고, 아이들에게 분노와 증오를 갖게 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먹고 살기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콩 한쪽도 나눠먹고 서로에게 곁을 내어준다. 이런 사랑이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는 밑거름이 된다.
점득이와 점례는 30년이 지난 서울 거리에서 통일되면 돌아갈 고향을 꿈꾸며 분단의 설움을 노래하고, 판순이와 아들 한수는 같은 거리에서 민주주의와 통일을 소리친다. '점득이네'는 전쟁과 분단의 슬픔을 이해하고 쓰라린 역사이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1.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왜 남과 북으로 나눠지게 됐는지 알아보자.
2. 장대성 목사가 전쟁 중에 보인 행동과 밑바닥 생활을 하는 탄실이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비판해 보자.
3. 점득이는 왜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할 기회를 포기했을까?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