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에코다잉

입력 2008-05-12 10:30:52

'참살이'를 뜻하는 '웰빙(well-being)'은 현대인의 가장 특징적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다. 심신의 조화로운 건강을 통해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 되고 있다.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언젠가 다다를 인생의 종착점, 죽음을 편안히 잘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웰빙'웰다잉은 상당히 자기중심적 가치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요컨대 '내가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죽고 싶다'는 것이다. '나'를 중심에 두고 있다. 반면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에코빙(eco-being)'' '에코다잉(eco-dying)'은 '우리'를 보다 중시한다. 에코빙은 웰빙이 말하는 개인 차원의 참살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친환경적 삶의 방식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향한 배려 및 나눔을 실천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또한 에코다잉은 시신을 화장한 뒤 무덤을 만들지 않고 粉骨(분골)을 나무밑 등에 뿌림으로써 온전히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친환경적 장례를 뜻한다. 전국토의 묘지화가 우려될만큼 산마다 묘지 투성이인 우리나라에서 대안적 장례 방식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실 약 998㎢의 전국 묘지 면적은 우리 국민이 살고 있는 주택 부지 면적 2천177㎢의 절반 가량에 해당된다 한다. 게다가 매년 20만여기의 묘지가 새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다간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떠밀려날지도 모를 판이다. 2004년 김장수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때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수목장이 신선한 충격이 됐던 것도 이런 사회적 공감대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마련한 '자연장에 대한 세부 기준안'이 오는 26일부터 시행된다. 화장한 분골을 환경친화적 자연장으로 장사지내는 것이 합법화된다. 수목장을 비롯 잔디 아래 묻는 잔디장, 화단처럼 만드는 화단장, 텃밭처럼 가꿀 수 있는 텃밭장도 다양한 방식의 자연장이 가능하게 된다. 대표적 혐오시설이던 묘지가 이제 우리네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오게 된 것이다. 봉분도,비석도 없는 자연 그 자체의 幽宅(유택). 에코다잉은 빈 손으로 왔다 모든 것 내려놓고 빈 손으로 돌아가는 우리 삶의 아름다운 엔딩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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