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제비마을 아시나요

입력 2008-05-09 07:17:30

다산 평리·호촌 등 떼지어 날아와

▲ 갓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며 보호하고 있는 어미 제비.
▲ 갓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며 보호하고 있는 어미 제비.

"올해도 제비가 돌아왔어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대구 달성군 화원동산과 마주보고 있는 고령군 다산면 평리. 대구에서 사문진교를 건너 이 마을에 들어서면 여느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눈에 띈다. 바로 제비들의 비상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건물 사이를 쏜살같이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제비는 물론 집을 짓지 못해 흙 묻은 지푸라기를 물어 나르는 제비, 며칠 전 부화한 새끼에게 줄 먹잇감을 물어 나르는 제비들도 보인다.

이 마을은 최근의 개발 붐으로 건물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건물 처마 밑에는 제비집이 없는 곳이 드물다. 1개는 기본이고, 3, 4개씩 제비집이 있는 가구도 있다. 콘크리트 건물은 물론 합성수지로 만든 가건물 처마에도 어김없이 제비집이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김태희(56·여)씨는 "해마다 새봄이 되면 제비를 기다린다"며 "복을 가져다 준다는 제비 때문인지 장사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강희(49·여)씨 역시 "10일 전 부화한 5마리 제비 새끼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며 "둥지로 연방 벌레를 물어 나르는 어미 제비를 보고 있노라면 농사일의 고단함도 잠시 잊는다"고 했다. 그는 행여 제비 새끼가 떨어질까 둥지 밑에 받침대를 설치해 줬다고 한다.

다산면에서는 이곳 외에도 호촌 1, 2리와 월성리, 노곡리, 나정리에서도 제비를 볼 수 있다. 특히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월성배수펌프장 2층 처마에는 제비집이 무려 56개로 '제비 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이에 대해 낙동강 환경지킴이 박주덕(59)씨는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습지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제비의 먹이가 되는 각종 벌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제비가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씨와 마을 주민들은 그러나 "주변 지역의 개발 확산, 특히 대운하 공사가 강행될 경우 이곳도 몇 년 안에 제비를 구경하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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