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통해 비물질적 차원을 탐구하는 작가 장승택씨가 24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작가의 작품 성향은 파리 유학 후 1990년 서울에서 가진 첫 개인전 '가장 깊이 절망한 이들을 위한 기념비'부터 잘 드러났다. 31세에 요절한 아버지에게 헌정한 이 전시를 통해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결국 사라진다는 숙명을 예술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1990년대 초반 장승택씨는 오일, 왁스, 파라핀, 합성수지 등을 이용, 물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했다. 하지만 물성 자체를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일정 정도 빛이 투과할 수 있는 재료들을 통해 빛과 반응하는 색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1990년대 후반 그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문 형태로 평가된 플랙시글래스라는 반투명 박스를 제작하여 빛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플랙시글래스 표면을 투과한 빛이 박스 안쪽에 칠해진 색을 만나 반사되는 과정에서 빛과 색, 물질이 결합된 다색층 회화가 탄생함을 보여주었다. 폴리 페인팅(Poly-Painting)으로 불리는 이 회화는 장승택 작품 세계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최근까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만날 수 있다. 트랜스 페인팅(Trans-Painting)으로 명명된 이번 작업의 특징은 강화유리를 사용해 빛과 색의 조화가 더욱 선명해진 점이다. 트랜스는 물질에서 비물질적 세계로의 전이를 의미한다. 작가는 "빛과 색채는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나의 작업에서는 절대적 요소가 된다. 색채와 빛의 순환에 의한 물성의 구체화를 통해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 내 작업의 진정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053)426-5615.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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