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웰다잉'

입력 2008-04-29 07:00:48

4월 17일 독일의 예술가 그레고르 슈나이더는 영국 잡지 '더 아트 뉴스페이퍼'를 통해 죽어가는 사람을 전시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그는 죽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려는 자신의 계획이 스캔들을 일으키자 4월 21일 인터넷판 독일 일간지 '디 펠트'와의 인터뷰에서 "죽음의 현실성은 독일 병원의 집중치료실이나 수술대 위에서 더 무자비하다. 이게 바로 스캔들이다"고 반박했다. 슈나이더는 "불행하게도 오늘날 죽음과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고통에 집중해 있다"며 전시를 통해 죽음의 고통을 제거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예술가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인간적인 장소를 구축함으로써 사람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우스 랑게 데 크레펠트' 미술관에서 열릴 이 전시를 위해 예술의 이름으로 관람자 앞에 죽어가는 모습을 드러낼 지원자를 뒤셀도르프 지역 의사의 도움으로 찾을 예정이나, 만약 못 찾을 경우 방금 죽은 사람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죽음을 현실화하는 이 전시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터부를 깰지도 모른다.

나는 죽음보다 더한 고문을 폭로한 슈나이더의 '백색고문'이라는 전시를 작년 7월 뒤셀도르프의 K21 미술관에서 보았다. 관람객들은 5분 간격으로 한 사람씩 방에 들어가서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 수용소에서 자행되었던, 피를 말리면서도 신체적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정신적 고문을 재현한 상황을 체험했다. 고립된 칠흑같이 어두운 방, 냉동고, 강열한 조명으로 눈을 못 뜨게 만드는 방들을 통과해 어렵사리 출구인 미술관 외부로 나온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매일춘추에서 언급한 예술가들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삶과 죽음은 거의 모든 예술가의 의식을 장악하는 문제이다. 흐르는 시간을 붙들기 위해 강박적으로 순간에 집착하거나, 죽음의 상징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생무상을 극복하려는 바니타스 그림, 불안하고 고독한 인간조건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담은 조각상들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극복하여 매 순간의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평생을 바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삶을 정리하도록 도왔던 정신과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여러 저서에서 어떻게 죽느냐는 삶을 의미 있게 완성하는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죽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그녀는 삶의 의미를 밝히려고 했다. '웰빙'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삶의 이면인 죽음을 잘 준비하는 '웰다잉'을 통해 비로소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고, 삶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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