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高3 수험생 슬럼프 벗어나기

입력 2008-04-29 07:03:01

'집중력의 적' 스트레스, 주말엔 확 풀어라

신록의 계절, 수험생들을 괴롭다. 가장 괴롭히는 것은 더위나 졸음이 아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적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자신감의 상실과 무력감 때문이다. 심하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생산성이 없다. 이럴 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수험생 자신도 혼자 속에 넣어두고 끙끙 앓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 놓고 조언과 충고를 구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죽음에 이르는 병, '만성피로'

많은 학생들이 아침부터 졸기 시작해서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보낸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성피로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어느 고3 학생은 "아침부터 야간 자율학습 마칠 때까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집에 옵니다. 그런데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쏟아지던 잠이 다 달아나 버립니다. 공부를 좀 하거나 꾸물거리다 보면 새벽 1시가 넘는 게 보통이고 2시 이후에 자는 날도 많습니다. 침대에 누워 제대로 잠을 자는 시간은 4시간 남짓밖에 안 됩니다. 우리 반 많은 친구들이 대부분의 생활 패턴이 저와 비슷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두 달 정도 지속되었으니 초인적인 의지나 체력을 갖고 있지 못한 학생은 만성피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어느 고3 담임은 "해마다 4월 말부터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입시 레이스에서 탈락하기 시작합니다.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은 그럭저럭 참고 견디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습니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이라고 해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상담이 필요한 시기입니다"라고 말한다. 담임 교사는 학생과 함께 생활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만성피로의 증세가 있으면 주중에 하루 정도는 일찍 집에 가서 푹 쉬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학부모 K씨는 아들이 고3 때 가장 신경을 써서 챙겨 준 부분이 잠이라고 말한다. 가능한 한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고 아이 방에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잠자리에 누웠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재우기 위해 아침에 밥도 차안에서 먹게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평균 6시간 정도 자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만성피로는 학습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나아가 의욕과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지금쯤 가정에서도 수험생의 상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생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라

아직도 수험생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또 그렇게 강요를 한다. 그런 사람은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잘 논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얼마나 오래보다는 얼마나 집중해서 공부하는가를 중시하는 학생들이 대체로 성적이 좋다.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이 중시되는 수능시험은 더욱 그렇다. 토·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이 잘 노는 학생보다 성적이 안 좋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왜 그럴까? 1주일 내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학생은 공부를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공부 외적인 취미나 운동에 몰두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다음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주말 한나절 정도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주말에 운동이나 짧은 여행을

수험생이 너무 지쳐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을 때 학생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산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하면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공부에 바치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생산성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으로만 계속하여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에 사고도 편협하고 융통성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관리 능력도 부족하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국어 교사는 언어영역 때문에 고민을 하는 수험생들에게 주말에 산에 가라고 한다. 산에 올라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멀리 들판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보는 것이 하루 종일 교실에서 언어영역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보다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정 시간 책에 몰두했다면 그만큼의 빈 시간이 있어야 습득한 지식이 자기 것으로 머릿속에서 제대로 정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숲과 나무를 번갈아 보아야 사고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치와 같다.

적절한 육체적 활동을 할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잘 해소된다. 특히 젊은이들은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모의고사와 같은 시험을 칠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여드는 증세를 심하게 느끼는 학생은 그 원인이 운동부족인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의 최종 승부는 마지막 한두 달에 결정된다. 이때 체력은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부터 꾸준하게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

◆위기의식 대신 칭찬과 격려를

부모님이나 담임 선생님은 수험생이 힘들고 어려울 때 정말로 필요한 존재이다. 심한 잔소리와 간섭은 학생을 소심하게 만들며, 이런 학생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기가 싶다. 학생이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격려의 말과 애정어린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극성스런 부모는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괜찮다고 격려해주며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고 수험생보다 더 불안해하며 성적이 오를 때까지 계속 잔소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수험생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결국은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수험생으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긴장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능력을 사장시키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은 칭찬과 격려를 받을 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고 피로를 잊게 된다. 천재를 만드는 최고의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을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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