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과 한원경(49) 장학관은 '독서교육 전도사', 아니 거칠지만 솔직히 표현하면 독서교육에 미친(?) 사람이다. 독서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과 포부, 생각들을 들어봤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입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기를 수 없고, 학습효과도 떨어지며, 아이들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책을 안 읽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한 장학관이 독서교육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5년. 초·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아침독서 10분 운동'과 교육청 직원의 '책읽기 3S운동'이 그 시작이었다. "이전에도 교육청은 물론 여러 사회문화단체에서 독서운동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은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일회성 행사에 그쳤죠. 그래서 책 읽는 습관부터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운동을 벌였습니다."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학교 정규 시간표에 수업 전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읽을 책을 학교에 공급하고, 교사들이 함께 책을 읽는 형태로 추진됐다. 책이 낯선 학생들이 책 읽기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독후감도 쓰지 말고 그냥 읽기만 하도록 유도했다. 교육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책 읽기 운동도 폈다. 또 독서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소외계층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자들을 양성해 대구의 17개 복지시설 아이들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학교와 교사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도 따랐다. 독서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입시나 교과공부에 대한 현실적 장벽도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로 연수회, 장소를 불문하고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독서운동을 시작한 지 한달쯤 지나자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학교가 '절간'처럼 변했다는 이야기, 사라졌던 '아침 시간의 고요와 집중'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희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한 장학관은 욕심을 더 부렸다. 어느 정도 독서습관이 형성됐으니 이젠 저변을 확대하고 표현활동(글쓰기)으로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0세부터 2세 영아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북 스타트 운동'을 벌였다. 대구시의 지원을 포함해 4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공공도서관에서 책꾸러미를 나눠주고, 부모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해 1만4천여개의 책꾸러미가 보급됐고, 7천여명의 부모들이 교육에 참가했다. 올해는 그 대상을 3~5세로 확대한 '북 스타트 플러스 운동'을 시작했다.
"독서교육은 읽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합니다. 생활에서 벌어진 작은 일이나, 나무나 꽃, 동네 풍경을 보고 이를 글로 쓸 수 있어야 됩니다."
그는 '보편적인 글쓰기'와 함께 '문학영재'를 만드는 일에도 애착을 갖고 있다. 결국 일을 저질렀다. '문예창작영재교육'을 도입한 것이다. "대구의 지명과 사람, 대구의 정서가 들어간 소설이나 책들이 전 세계인을 열광케 할 수 있도록 그런 작가나 이야기꾼(storyteller)을 발굴하고 키워야 합니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를 보십시오. 영국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높여줬습니까?"
상도 몇 차례 받았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는 독서교육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엔 제1회 독서교육대상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국어교사 출신인 우리의 독서전도사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 "독서나 글쓰기 관련 책은 100여권 읽었습니다. 그런 덕에 책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뭐냐고 물었다. 대문호의 문학작품이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역시 독서교육에 관한 책이었다. "정을병씨가 쓴 '독서와 이노베이션'이란 책이 있는데, 1천번 이상 읽었습니다. 200여쪽으로 두껍지 않지만 독서교육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해 틈틈이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외우지는 못했어요."
끝으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한번 더 강조했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파는 일입니다. 대학입시란 현실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이제는 감성과 이미지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적합한 인재는 독서와 체험을 통해 길러집니다. 독서교육은 이런 바탕에서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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