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환자 등 심리치료하는 도우미犬 뜬다

입력 2008-04-25 07:55:46

▲ 도시형 대안학교인
▲ 도시형 대안학교인 '가온학교' 학생들이 24일 오후 8시 두류공원에서 일명 '상근이'로 불리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다섯 마리를 끌고 나와 '애견산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긍심이 낮고 책임감이 적었던 아이들이 당당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치료도우미견을 아십니까? 치료도우미견은 자폐증 환자나 치매 노인, 사회 부적응 등의 정신 질환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이들의 심리치료를 도와주는 개를 말한다. 100년 전 영국과 미국 등 애견 선진국에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입증됐던 치료도우미견의 효과가 한국의 실정에 맞는 '한국형 치료견'으로 변모, 치료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효과에 비해 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이식 한국동물매개치료연구소 소장과 박순석 시지동물병원 원장(대경대학 동물조련이벤트과 교수), 한국일 삽살개 육종연구소 소장, 김순화 가온학교(대안학교) 교사를 통해 치료견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치료견, 정체를 밝히다.

현재 동물매개치료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치료도우미견이다. 고양이와 말, 토끼 등 다양한 동물의 치료 효과가 입증됐지만 한국에선 치료견이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치료견은 우선 서비스견과는 차별된다. 시각과 청각, 특정 질환에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폐증 환자 등의 심리 치료가 주된 역할이다. 정신질환 외 난독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2000년 삽살개육종연구소가 삽살개를 이용한 치료도우미견 사업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대구청소년대안교육원인 가온학교의 애견산책프로그램, 노인 요양병원의 재활 치료, 자폐아 치료 등 수십 건의 치료를 통해 환자의 병을 완치시키거나 경감시켰다.

치료견들이 정신질환자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안겨줘 자신감 회복과 사회적 접촉을 확대시켜준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를 위해 치료견들은 특별 훈련을 받는다. 큰소리나 돌발행동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안정화 훈련'과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거나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도록 '사회성 강화 훈련', 개와 고양이 등 다른 동물에 대한 공격성을 없애는 '공격성 저하 훈련' 등이다. '상근이'로 잘 알려진 그레이트 피레니즈와 래브라도 레트리버, 삽살개 등 온순하고 영민한 견종이 선호된다.

▶치료견, 견주 교육이 필수다.

아무리 뛰어난 치료견이라고 해도 전문가의 철저한 사후 관리가 없으면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자폐나 우울증 등을 앓는 정신질환자들의 돌발행동이나 거친 행동을 받아내야 하는 치료견일수록 스트레스 관리가 꼭 필요하다. 유기견에서 치료견 훈련을 받은 뒤 분양됐던 가온학교 말티즈의 경우 학생의 거친 행동으로 인해 심리치료에 실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의 선정 과정부터 입양, 치료과정, 사회적응 등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견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물매개치료를 위해선 치료견과 견주가 함께 교육을 받아야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경대학이 사회복지학과 학생과 동물이벤트과를 연계, 치료견 전문 강사 양성을 추진 중에 있다.

▶치료견, 이젠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매번 치료 효과만 발표될 뿐 치료견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치료견 전문 강사 자격을 공인해주는 미국과 영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치료견 양성 체계가 전혀 잡히지 않았기 때문.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단체나 기관 활용을 권유한다.

우선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 한국동물매개치료연구소(02-780-0880)가 있다. 8년째 동물매개치료연구를 하고 있는 문이식 소장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동물매개치료 전문가다. 그는 현재 장애우나 복지단체를 통해 동물매개치료를 하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삽살개육종연구소(053-856-0370)의 한국일 소장. 2000년부터 삽살개를 이용해 다양한 치료를 해 온 한 소장은 삽살개를 통한 매개치료에선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다. 그동안 치료견으로 훈련받은 삽살개를 무료로 장애우들에게 분양해왔다. 박순석 시지동물병원(053-791-5945) 원장도 이 분야 전문가다. 대경대학의 동물조련이벤트과를 이끌면서 동물매개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동물병원협의회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며 2, 3년 내로 동물매개치료전문가가 양성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세 곳 모두 비영리단체로 치료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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