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나 들판에서 봄을 찾아봅시다.'
지난 주5일 수업제 실시 주간 금요일에 우리 학교에서는 많은 반이 이런 주말 과제를 내었다. 계절의 변화를 달력에 있는 숫자로만 알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자연으로 나가서 눈으로도 보고, 귀로도 듣고, 몸으로도 느껴보자는 뜻에서 낸 과제다.
그 과제를 하려고 삼삼오오 산과 들로 쏘다녔을 우리 아이들, 얼마나 신났겠는가. 겨우내 텅 빈 밭으로만 알았는데 파릇파릇 새싹이 납작 엎드려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본 아이들,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노란 꽃이 금방 쏘옥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산수유 꽃망울을 찾아낸 아이들, 신나서 팔짝팔짝 뛰었을 것이다. 운 좋은 아이들은 양지에 조심스럽게 뾰족뾰족 피어오른 할미꽃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보들보들한 솜털을 뒤집어쓰고 앙증맞게 고개를 내민 버들강아지도 봤을지 모르겠다. 들판을 쏘다니다가 윗옷을 벗어들고 땀을 닦고 있는 자신에게서 봄을 찾아낸 아이는 없었을까.
밭에서 나는 봄나물 이름을 적어 본다든가, 산수유 꽃잎이 몇 개인지 알아본다든가, 할미꽃 모양 사진을 찍어둔다든가 하는 그런 야단스런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호기심은 또 얼마나 키웠을까.
인터넷 공간에 들어가서 봄에 대해 이런저런 것을 찾아 베껴 내는 것도 공부는 공부다. 봄에 피는 꽃 종류를 찾아서 외어두는 것도 공부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 나중에 봄에 피는 꽃 종류 쓰기 같은 시험에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산과 들판으로 나가서 직접 온몸으로 느껴 본 이런 살아있는 공부에 견줄 바가 못 되고 말고다.
아이들에게 자연보호는 '입산금지'가 아니라 동네 산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하는 것이다. 봄에는 진달래도 꺾어보고, 여름에는 잎 넓은 떡갈잎 따서 모자를 만들어 쓰고, 가을에는 예쁜 단풍잎 따서 모아보고, 겨울에는 비탈진 곳에서 눈썰매 타 보게 하는 게 자연보호다. 또래들이 몰려가서 본부를 만들어 놀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 '절대로 들어가지 마세요'가 아니라 '마음껏 들어가서 노세요'하는 것이 자연보호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그렇다. 신기한 자연을 몸으로 겪고 가슴으로 느끼게 해보자. 그게 자연공부다.
우리 동네 학원은 눈감고도 훤하게 찾아갈 수 있을 정도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산은 남의 산이다. 아니 거기에 산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일삼아 아이들을 그 산으로 데려 가보자. 가기 싫어하면 어르고 얼러서라도 한 번 데려 가보자.
따뜻한 봄이 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들로 나가서 냉이와 달래도 캐고 콩따지, 지칭개도 함께 캐보자. 그리고 봄이 조금 깊어지면 쑥도 함께 뜯어보자. 아이들은 그게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공부인가를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리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어도 한 시간만 자동차를 타고 나가면 아이들을 신나게 하는 이런 것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우리 아이 잘 키우려면 이 정도 배려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지금 투자하는 정성과 배려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이 잘 못 키웠을 때 가정이나 사회가 되돌려 받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윤태규(대구남동초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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