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안티-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입력 2008-04-17 07:00:03

'박통주의 극복' 못하면 미래는 없습니다

'알몸 박정희'(인물과사상사 펴냄)의 저자 최상천(57) 전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오래 전부터'박통주의'와 대결해왔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박정희를 두고'악마적 이기주의자'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충성도와 지지율이 전국 최고인 지역에서 이런 발언이라니, 용기가 있거나 무모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했다. 오히려 지면이 모자라지 않겠냐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책에서 박정희 신화에 가려진'알몸'을 속속들이 들춰냈다. 일제에게 충성 혈서를 쓰는 다카키 마사오에서 일본군 장교로, 남조선노동당 군 최고 책임자인 공산주의자로, 다시 반공주의자로, 육군 정보장교로 끊임없이 얼굴을 바꿔온 그를 두고 최씨는'악마적 이기주의자'라고 칭했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족·동지·조국을 팔아먹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죠. 이런 박정희식 이익추구 방식이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면서 지금과 같은 사회가 된 겁니다. 공동체적 기반은 사라지고 오로지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풍토 말입니다."경제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폭력적이고 비윤리적 방법을 합리화한 박정희를 이기주의의 화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사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실제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는 박정희의 정치적 후계자임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경제'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것을 해결해줄 대안세력이 없으니 더욱 힘들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정치적 메시아의 이미지가 된 박정희를 찾게 되는 겁니다."'리틀 박정희'를 자처하는 이명박·박근혜를 지지함으로써 미래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는 것."독재체제에 오래 살면 생각하는 능력이 사라집니다. 신호에 따라 움직이죠. 아직까지'박정희'라는 하나의 거대한 상징적 표상에 따라 우리 사회가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허구에 가깝다. 실제로 박정희 기념관 추진 당시 민간 부문 모금액이 기대치인 500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100억원에 그쳤다는 점은 그것을 반증한다.

모두들 말한다. "박정희가 보릿고개를 넘게 해주지 않았냐"고. 이것은 지금까지 이어온 박정희주의를 압축하는 말이다. 최 교수는'과연 모두를 위한 경제발전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박정희 시대의 경제 핵심은 인플레예요. 18년동안 땅값이 연평균 33% 올랐었죠. 정경유착 등 구조적 부패의 출발점이기도 해요. 과연 서민들을 위한 경제였습니까? 재벌만 양산해내는 시대 아니었습니까? 그 덕에 우리는 IMF라는 쓴맛을 봐야 했고요."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최 교수는 "국민은 자신들이 속한 계층적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자기 눈을 찌른 격"이라고 단언한다."현재 정권이 추구하는 것은 상위 10%만을 위한 나라입니다. 아예 부자가 가는 길과 가난한 사람이 가는 길을 따로 만들고 있어요. 그 대표적인 예가 의료보험의 민영화와 자율형사립고 확대, 영어몰입교육입니다. 중학교 졸업하면서 귀족층과 평민층으로 갈리는거죠. 결국 우리가 찍은 표가 하위 90%인 우리에게 비수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겁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북한은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이, 남한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이끌어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최 교수는 우려한다. 독재자의 아들딸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를 넘어서는 것이 희망적인 미래로 가는 첫 걸음이라는 것.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벌고 출세하려는 박정희 주의를 넘어서서 공동체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의 박정희 열풍은 국민들의 자기 신세타령이나 다름없습니다. 삶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까요. 우리 사회가 건전해지면 박정희 대통령도 재조명될 겁니다. 우리 사회에 희망을 가져다줄 창조적 소수가 필요한데, 글쎄요. 공동체적 조건이 무너진 상황에서 모두 너무 지쳐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요."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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