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입닫고 유권자 눈감고"
내일이면 4·9총선의 뚜껑이 열린다. 한나라당이 안정적 과반의석을 얻게될 지 민주당이 100석 이상의 견제세력을 형성할 지 여부가 결정된다. 정책대결과 인물대결 구도가 실종된 이번 총선은 '희한한 선거'라는 비웃음까지 받고 있다.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다시 되돌아보게 했다는 지적이다.
◆정책대결 실종=제대로 된 공약은 커녕 선심성 공약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선가 총선전까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던 안정론과 견제론조차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계파간 대결구도가 그대로 총선으로 이어지면서 4·9총선은 박근혜 전 대표가 쟁점이 됐다. 한나라당에 있는 박 전 대표와 얼마나 친하느냐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가 된 셈이다. 친박정서가 일자 한나라당은 이를 저지하는데 당력을 집중했다. 바람선거 양상이었지만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는데도 당밖에서 박 전 대표의 명성과 이름을 활용하는 이상한 바람선거였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처신을 비난할 경우의 역풍을 우려, 박 전 대표의 눈치만 보는 소극적인 바람막이 전략만 구사했다.
또 후보등록 직전에야 마무리될 정도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이 늦어지면서 총선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각 정당은 후보등록날까지 후보자를 공천할 정도로 시간에 쫓겼다.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해도 한나라당은 공천탈락한 친박후보들의 출마 원천봉쇄 등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천작업을 늦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친박정서 대 한나라당 정서=공천탈락자들이 대거 탈당하고 후보등록 직전 박 전 대표가 지역구인 대구에 내려오면서 총선은 친박정서를 전면에 내세운 친박후보와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간의 대결구도로 짜이기 시작했다.
친박정서는 한나라당에 잔류한 박 전 대표의 어정쩡한 태도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더 크다. 공천갈등이 그대로 총선구도로 이어진 셈이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내 일부 친이 후보자들이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반납을 요구하면서 소위 '공신들의 난'을 일으켰지만 오히려 국민들에게 섣부른 권력투쟁이라는 인상만 남기고 물러섰다.
투표등록일 직전인 3월 24일 대구로 내려온 박 전 대표는 친박 탈당후보들의 복당을 허용해야한다고 주장, 당안팎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박 전 대표는 하루 전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강재섭 대표의 대구 서구 불출마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복당허용 발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박풍의 진원지가 됐다. 박 전 대표는 그들이 스스로 당을 나간 것이 아니라 쫓겨난 것이기 때문에 당선된다면 당연히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와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도 논란에 가세했다. 그 때부터 친박후보들이 친박정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바람선거=친박후보들은 정책제시보다는 친박정서가 확산되기만 기다리는 선거운동을 했다. 그렇다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실현가능한 공약이나 정책을 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다가선 것도 아니었다. 수도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후보와 접전을 벌이자 박 전 대표가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등 친박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표에게 기댔다.
대구에서는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자 '대통령의 선물'이라며 대형 공약을 서둘러 발표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국가산업단지 확정과 대기업유치 및 달서구 교육문화특구 등의 공약은 당정간에 조율을 거친 것이 아니라 급조된 것이라는 인상이 역력했다. 애초부터 세심하게 대구경북에 대한 공약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일로 볼 수 있다.
물론 지역구 출마자들은 대부분 지역구 공약을 제시했지만 뒤늦게 전략공천되거나 갑자기 출마를 결정한 낙하산 출마자들은 공약을 아예 제시하지 않거나 다른 후보의 공약을 베껴 ,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역사정을 거의 모르고 인지도만을 믿고 선거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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