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고참 사원 민오식씨

입력 2008-04-01 10:20:43

"쇠밥 35년…'철판의 향기'에서 삶을 느껴요"

"벌겋게 달아오른 철판이 뿜어내는 향기를 아십니까? 압연레일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철판을 보면서 오늘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요."

사원번호 '133420', 품질기술부 민오식(53·사진)씨는 1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1만7천206명 전체 임직원 중 최고참 사원이다. 지난 1973년 3월 2일 입사했으니 이날로 근속 35년 1개월째다.

민씨는 경남 진주기계공고 3학년이던 1973년 당시 '포철'로 실습 나온 것이 계기가 돼 이듬해 졸업하자마자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동기가 11명이지만 모두 퇴사해 지금은 혼자 남았다"고 했다.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에서 직장 따라 포항으로 온 지 35년, 포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출퇴근 시간, 우리는 '똥바람'이라고 하는데 모래를 머금은, 마치 황사바람 같은 영일만 바람을 맞으며 '벤또'(도시락) 보따리 들고 제철소 정문에서 열연공장까지 1.9㎞를 걸어 오가면서 신세타령도 많이 했는데, 마지막 남은 1973년 입사자라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쇠밥' 35년. 그에게 포스코는 어떤 의미일까. "포스코요? 정말 대단한 회사입니다. 여태껏 '하자, 해보자'라고 결정했던 일 중에 중간에 포기했거나 실패했던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흔히들 포스코를 두고 '영일만의 기적'이라거나 '신화창조'라고 하는데, 저는 기적이나 신화가 아니라 포스코를 거쳐간 선배들과 지금 지키고 있는 재직 동료의 땀과 노력, 열정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을 이곳에 있다 보니 이제는 공장 안 공기가 손가락 끝에 와닿는 느낌만으로도 조업상황을 대충 알 수 있단다. "느낌만으로 나오는 제품의 질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지요. 하도 신통해 다른 사람들은 '열연귀신'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정년퇴임을 3년여 앞둔 그의 마지막 계획은 뭘까? "열연귀신에서 더 진화해 '포스코 귀신'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창립 50년, 60년, 70년 행사 때 저도 행사장 맨 뒤 끄트머리 철제의자에 앉아서라도 회사의 성장사를 바라보고 싶어요."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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