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30분간 차에 갇혀 '참사 악몽'에 떨어
22일 퇴근길 대구 지하철 2호선의 전력 장치가 고장나 열차 운행이 1시간 40분 동안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대구지하철공사는 초기대응과 사태수습에 미숙함을 드러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들은 멈춘 전동차 안에서 30분 동안 갇혀 5년 전 '지하철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구지하철공사의 늑장대응=지하철공사는 이번 사고처럼 만촌역 변전소 사고로 지하철 2호선 전체의 열차 운행이 중단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공사 전기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해당 변전소가 담당하고 있는 구간만 전기 공급이 끊기는데 이번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전기가 나가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했다.
지하철 운행을 재개하는 데 1시간 40분이나 걸린 점도 신속한 대처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고 발생 당시 전기 공급 등을 담당하는 공사직원들은 퇴근한 뒤였고,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데도 30분 이상 걸렸다. 공사 측은 전력 차단기에 불이 나면서 화재감지기가 작동, 이산화탄소(CO2)를 분사해 시야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현장진입이 어려워 운행정상화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지하철공사는 또 화재발생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소방당국에 통보하는 등 안전의식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발생 15분 뒤인 오후 7시10분쯤 지하철 승객으로부터 첫 신고를 접수했다"며 "공사 측으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것은 한참 뒤였다"고 했다.
부실점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공사 측은 각종 전기 사고에 대비해 지하철 2호선 내 10개 역에 설치된 변전소의 안전점검을 6개월 만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촌역 변전소 경우 지난해 11월 말 안전점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 공사 관계자는 "전류의 경우 꼼꼼히 점검을 해도 어디서 사고가 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안전점검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 수성경찰서는 불이 난 만촌역 지하변전실에 과학수사팀을 파견해 기초감식을 마쳤고 앞으로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경위와 시설정비 현황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25일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기안전공사와 함께 정밀감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운행중단부터 정상화까지=사고가 발생한 것은 22일 오후 6시55분. 지하철 2호선 만촌역의 변전실 장비가 고장 나면서 성서공단역~대구은행역(12개역), 만촌역~사월역(7개역) 등 2개 구간에서 열차에 공급되는 전력이 모두 끊겼다. 오후 7시25분까지 성서공단역~사월역(종점) 구간의 곳곳에서 정전이 3차례 더 일어났다.
이로 인해 2호선 노선에서 운행되던 21대가 모두 멈춰 섰고, 대구지하철공사는 이날 오후 7시20분쯤 멈춘 열차에 임시로 전원을 공급해 인근 역으로 옮긴 뒤 열차 안의 승객을 모두 대피시켰다. 사고 발생 50분 뒤인 오후 7시50분쯤 2호선의 절반에 해당하는 문양~반월당 구간의 열차 운행이 재개됐고, 오후 8시35분쯤 나머지 구간의 운행도 정상화됐다.
이날 사고 원인은 지하철 2호선 만촌역 지하 2층에 위치한 변전소 내 전력차단기가 불에 타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하철공사 측은 보고 있다. 만촌역내 변전소는 한국전력의 효목변전소로부터 22만6천V의 고압 교류전기를 공급받아 1천500V의 직류로 전환해 역사내 선로에 보내는 설비. 이곳에서는 범어·수성구청·담티·연호역 등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지하철 관계자는 "누전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만 과부하나 배전선 훼손 등이 원인이 됐는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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