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영어 앞서 우리문화부터 챙겨야

입력 2008-02-23 07:08:33

숭례문 화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마음이 참담해진다.

국보 1호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하는 과정을 화면으로 지켜본 당시가 떠올라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숭례문은 두 차례의 외란과 6.25동란에도 우리 민족의 굳건함을 지켜준 보물이었다. 한순간에 우민의 도발적인 방화로 도시의 흉물로 전락해 버렸다.

당시 화재를 지켜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전이 아닌 70대 노인의 분풀이성(?)범죄라는 사실에 두 번 경악했다.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우민을 탓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반성해야한다. 역사인식에 대한 부재였음을 인정해야한다. 그동안 우리는 역사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다. 이번 화재로 인해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것을 안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행히 3년이라는 시간과 300억 원의 엄청난 돈을 투여하면 복원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값어치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모두가 진짜가 아니라 가짜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산물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존재하듯, 우리 후손들에게 내일을 물려주려면 역사의 산물을 잘 보존해야 한다. 다행히 숭례문 화재로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문화운동단체들이 문화재 행사를 여는 등 늦게라도 역사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살아나고 있다.

여기서,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애써 강조하고 싶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우리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생각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쳤으면 좋겠다.

숭례문 화재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났을 때, 우리 아이들이 안타까운 마음마저 느끼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역사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몫이자 의무이다.

유영환(대구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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