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개조·법규 무시·뒷돈 거래…'무법' 견인차

입력 2008-02-22 09:02:34

20일 오후 2시쯤 이창진(40·수성구 범물동)씨는 아내, 딸을 차에 태우고 유치원 졸업식에 갔다 오다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신호에 맞춰 U턴을 하려던 순간 뒤에서 달려오던 견인차가 중앙선을 넘고 이씨 차를 추월해 지나간 것. 이씨는 "하마터면 대형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찰나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견인차량들이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불탈법을 일삼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고속 엔진으로 불법개조하거나, 사고 신고와 사고 차량을 가져오는 대가로 일부 택시기사, 정비업체와 돈거래를 하는 등 불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

견인차들의 불법 엔진 튜닝(개조)이 성행하고 있다. 한 차량 개조 업체 관계자는 "견인차 기사들이 사고현장까지 최소한 3분 내에 도착해야 한다며 엔진 튜닝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견인차량은 출고 당시 최대 시속 160㎞로 속도를 제한해 놓는데, 엔진을 개조하면 200㎞까지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력 4년의 한 사설견인업체 직원 A(31)씨는 "견인은 속도가 돈"이라며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엔진개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일부 견인업체들은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 돈거래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고 신고를 해주는 대가로 건당 3만~5만원의 '콜비'를 택시기사에게 주거나, 특정 정비업체에 사고차를 몰아주고 견인비 외에 웃돈을 챙기기도 한다는 것.

택시기사 최모(44)씨는 "신고 보수는 월말에 정기적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장부까지 작성해 놓고 있다. 어떨 때는 하루 택시 운송 수입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고 했다.

실제 교통사고를 제보한 택시기사들에게 1년 넘게 1억6천여만원의 사례비를 지급하고 정비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챙긴 혐의로 대구의 한 견인차량연합회원들이 20일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 정비업체 직원은 "상당수 견인업체들이 정비업체와 유착돼 있다"며 "일부 견인기사 경우 음주 사고 현장에서 신고를 조건으로 은근히 금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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