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결단이 필요할 때는 결단을 내리자

입력 2008-02-13 07:00:00

남대문이 불타서 무너졌다. 처참한 모습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자랑이요 자존심이던 남대문은 무너져 내리고 시커먼 잔해만 남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소방전문가의 진단에 따르면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간에 협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화재의 초동진압에 실패했단다. 불은 속에서 타고 있는데 밖에서 아무리 물을 뿌려봐야 진화가 되지 않으므로 밖에서 기와를 뚫고 들어가 안에다 물을 뿌렸어야 된단다. 그러나 기와를 뚫을 경우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소방당국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문화재청과 협의가 필요했나 보다.

지금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그럭저럭 잘 대응하고 있어 보이는데 괜히 충격적인 요법을 썼다가 나중에 책임질 일이 두려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다. 지나고 보면 결국은 결단을 내렸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런 일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만난다. 어느 의사가 병아리 시절 야간당직을 서다가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왔다. 나름대로 진단을 해보니 매우 희귀한 병으로 빨리 수술을 해야 되는 것 같은데 썩 자신이 없더란다. 나중에 별것 아닌 것 가지고 호들갑 떨었다고 선배들에게 혼날 것 같아 미적미적 미루다가 결국은 시간을 놓쳐버리고 나중에 후회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의 전 의장으로서 오랫동안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의 닷컴버블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비이성적 풍요(irrational exuberance)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국의 닷컴버블이 터지기 오래전부터 그린스펀은 주가가 펀드맨틀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하여 이런 말을 했었다. 그러나 그린스펀도 비이성적 풍요라는 말로 투자가에게 알 듯 모를 듯하게 경고는 했지만 막상 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 정책을 취하지는 못했다. 주식시장도 경제도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일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은 몇 년 뒤 닷컴버블이 붕괴하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이런 일은 부정적인 경우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큰일을 성사시키는 경우다. 멀리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의 경부고속국도 건설이 이에 해당되겠고 가까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에 해당되겠다. 결단을 내려 추진해 놓고 보니까 결국은 다들 잘했다고 하는데 추진과정에서 반대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 이런 일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이런 일은 추진한 것이 하지 않은 것에 비하여 국가의 발전이란 점에서는 훨씬 잘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5+2 광역경제권 설정을 제시하였다. 필자가 잠깐이지만 대구에서 근무하는 동안 느낀 것은 대구와 경북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패턴이나 생산기반 등 여러 면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각종 구상도 대구와 경북이 각각 별도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훨씬 타당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와 경북의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대구와 경북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일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지방 광역권을 인구 500만 정도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인프라와 산업집적도, 역사문화적 특수성과 지역정서 등을 고려하여 전국을 5+2 광역경제권, 즉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의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권, 제주특별자치도의 2대 특별광역경제권으로 구분한 것은 긍정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가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광역경제권을 묶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상주대와 경북대가 통합하는 일도 매우 어렵게 진행된 모습을 보면 전국적으로 광역경제권을 만드는 일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미래의 발전을 위하여 광역경제권을 만드는 일은 우직하게 추진해 볼 만한 일로 생각된다.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탄식을 하거나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사후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타는 현장에서 나중에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기와를 깨야 할 시점에서 과감하게 기와를 깨고 들어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일과 이러한 일을 한 사람을 인정해 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지나가야 하는 또 하나의 길이 아닐까?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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