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대구서 '짧은 만남 긴 여운…'

입력 2008-02-09 08:34:53

대구교도소 무기수와 우정의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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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을 사랑한 스파이' 로버트 김(67) 씨가 설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대구교도소에서 옥중서신을 교환했던 한 재소자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한국정부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미 연방교도소에서 장기복역했던 로버트 김(67·한국명 김채곤) 씨가 옥중서신으로 우정을 나눴던 한 무기수를 만나기 위해 지난 6일 대구교도소를 깜짝 방문했다.

로버트 김 씨는 이날 면회에 앞서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있을 때 그 사람이 보내준 편지가 제게 큰 힘이 됐다."며 "무기수로 복역중인 40대 후반의 J씨라는 정도만 알뿐,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슴 설레했다.

로브트 김 씨와 J 씨의 인연은 그가 석방되기 3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버트 김에 대한 구명운동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펼쳐지던 무렵이었다. "J씨가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올리고 있다고 했어요. 기억에 남은 것은 저와 관련된 신문기사 스크랩을 매번 보내줬기 때문이죠. 교도소 안에서 바깥 소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그의 편지였던 셈이지요."

로버트 김과 J씨가 3년 여간 주고 받은 편지는 100여 통. 동병상련을 느낀 두 사람은 어느새 '참고 견디다보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며 위로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간의 서신교환은 로버트 김의 석방이후 끊어져 버렸다. 그의 버지니아 자택 주소를 모르는 J씨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로버트 김 자택으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J씨의 편지였다.

"인터넷과 제 지인들을 통해 겨우 제 주소를 알았다더군요. 제가 '해외 우편은 돈 많이 드니까 자주 편지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대신 모범수가 되면 감형받을 수 있느니 수형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라고 당부했지요." 두 사람의 면회는 10여 분 정도 짧게 이뤄졌지만 '감동적인' 만남이었다고 한다.

면회후 로버트 김 씨는 고국에서 처음 맞는 설에 대한 감회도 얘기했다. "42년만입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떡국도 먹고 차례도 지내야지요. 장남이 되어서 선친의 묘를 못 지켜드린 죄송함과 그리움이 더욱 가슴에 사무칩니다." 그는 지난달 29일 귀국, 서울의 한 자원봉사기관과 태안 기름유출 현장을 찾아 자원 봉사를 한데 이어 8, 9일에는 여수지역 사회복지 시설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14일 출국 예정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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