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⑥독일 마인-도나우 운하

입력 2008-02-09 07:38:56

"수질 2급수 유지" 콘크리트 수로 따라 물고기 뛰놀아

지난달 14일 찾은 독일 뉘른베르크 시 인근 힐폴트쉬타인(Hilpoltstein) 갑문. 오스트리아에서 온 1천600t급 사료운반선이 천천히 얼음덩어리를 밀면서 수문을 통과하자 제방 위를 지키고 있던 가마우지들이 본격적인 물고기 사냥에 나선다.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는 인공수로이지만 수질은 수영이 가능한 2급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갑문 관리책임자 에른스트 벵겔스(Vengels·55) 씨의 설명이다.

힐폴트쉬타인 갑문이 있는 마인-도나우운하는 1992년 9월에 개통됐다. 운하의 최고 높이와 최저 지점의 차이가 175m나 되는 산간지대형 운하라 밤베르크에서 켈하임까지 171km 구간에 수위차를 극복하기위한 갑문이 16개나 설치돼 있다.

북해와 흑해를 잇는 총 연장 3천500km의 라인-마인-다뉴브운하의 마지막 공사구간이었던 이 운하 건설에 있어 운하와 생태환경의 성공적인 결합은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였다. 제방을 따라 적합한 식물을 심거나 여울·비오톱(biotope)을 만들고 산란지, 방호림을 조성하는데 전체 건설비용 23억 유로의 20% 이상이 사용됐다.

또 인근에는 212ha에 이르는 로스(Roth) 호수가 마련돼 요트, 윈드서핑은 물론 다양한 수상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뉘른베르크에서 레겐스부르크까지는 물길을 따라 자전거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는 하이킹족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 운하의 건설은 무려 32년이나 걸렸다. 뉘른베르크지방 수로교통부 스테파니 테프케 씨는 "1960년 밤베르크에서 착공해 1972년 뉘른베르크까지 연결했으나 완공까지는 20년이 더 걸렸다."라며 "당시 환경주의자들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됐지만 그 덕분에 친환경적으로 건설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단체가 10년마다 운하 주변의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결과는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라며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도 수그러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운하를 이용하는 화물에 대한 제한도 없다. 원유 수송도 배로 한다. 단지 선체가 이중바닥으로 처리된 경우에만 가능하며 수로에 쓰레기 등을 버리는 행위는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테프케 씨는 "통합수계관리는 경제 인프라뿐 아니라 생태환경 인프라까지 관련이 있다."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준설 쓰레기는 특수하게 건설된 창고에만 보관된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은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기위해 운하의 이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EU 차원에서 '마르코 폴로 프로그램 Ⅰ(2003~2006·7천500만 유로), Ⅱ(2007~2013·4억 유로)을 통해 도로 중심인 물류를 철도, 연안해로, 내륙수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나이아데스 계획(NAIADES Plan)이라는 지원계획을 따로 만들어 내륙수로 개발을 위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의 운하 전문가들은 "유럽의 운하를 다니는 선박은 노후한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 바지선의 연료로 LNG 등을 사용하면 선박운항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선박의 제작과정과 규정을 미리 법률로 정하면 환경친화적인 운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 경부대운하 환경 영향 찬반 논란

운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도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운하가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복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보를 건설하고 준설로 강 바닥에 쌓인 오염물질을 걷어내면 낙동강과 한강의 수질이 향상된다는 것.

또 준설기술도 크게 발전해 탁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오탁방지막의 설치, 하상 상층부에 오염된 퇴적토를 건드리지 않고 오염된 퇴적토층 하부를 준설해 하상 심도를 확보하는 방법, 준설선 자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서식지 동식물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빛 반사의 최소화, 식생을 방해하지 않도록 특정한 시기는 피해 준설하는 방법 등이 이미 쓰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생태계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운하건설을 위해 보를 만들면 유속이 느려지고 부영양화가 진행돼 수질이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해 식수의 안전성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 선박 사고에 따른 환경오염 위험에 대한 우려도 크다. 도로수송과 달리 수로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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