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명예회장 스톡옵션제 발언 왜 나왔나?

입력 2008-01-31 09:24:28

"포스코는 국민의 것…누구든 개인 이득 취해선 안돼"

박태준(TJ) 포스코 명예회장이 창립 40주년과 정기 주주총회(2월 22일)를 앞둔 시점에서 포스코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스톡옵션제와 관련, 강한 톤으로 경고한 데 대해 '왜?'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무엇보다 포스코에 대한 TJ의 순수한 애정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장 많다. 포스코가 TJ의 분신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 게다가 그는 창립 이후 "포스코는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만든 국민기업이자 국가적 재산이므로 특정인이 회사를 기반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납득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런 TJ에게 임원들이 '그들만의 리그'나 마찬가지 방식으로 스톡옵션제를 도입하고 적지 않은 정도의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은, 그가 가지고 있는 국가관이나 포스코에 대한 가치관 및 철학으로는 납득할 수 없었기에 '이미 폐지됐지만'이라는 전제를 붙여서까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TJ의 경고'는 현직 또는 앞으로 경영을 맡게될 모든 후배들에게 '회사를 도구로 해서 개인 이득을 탐하지 마라.'는 생각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그럼 스톡옵션제를 도입할 당시(2001년) TJ는 그런 사실을 몰랐을까? 이와 관련, 그의 한 핵심 측근 A씨는 "(명예)회장님께서 알았더라면 그냥 있었겠나? 나중에 (스톡옵션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진노했다. 그러니 얼마 안가서 폐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유상부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TJ의 적극적인 후원을 업고 포스코 회장에 취임했으나 임기 중반 때부터 두 사람 간 관계가 악화됐는데, 당시 포스코 주변에서 "TJ-유 회장 간 관계가 악화된 것도 이것(스톡옵션제)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무성했었다.

그러면 유 회장 시절 사장이었던 이구택 현 회장은 어떤 입장이 될까. A씨는 "당시 포스코 경영구조상 회장이 강행하겠다는데 말릴 재주를 가진 사람이 있었나? (명예)회장께서 그러 부분을 잘 알기에 앞으로는 그런 터무니없는 악수는 두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번에 매일신문 인터뷰를 통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이와 함께 TJ가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기주총을 앞두고 '포스코는 포스코인의 손으로'라는 점을 재인식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에 맞지 않는 민간의 시각이 회사 내부로 침투해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점을 지적하고 포스코를 지키기 위해서는 포스코맨들이 한층 더 확실한 도덕성과 책임감, 투명성을 가지라는 뜻에서 창업자로서 먼저 일침을 가하는 것이 결국 회사를 외부세력으로부터 지키는 방법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것.

한편 이명박 당선인을 배출한 포항에서는 다음달 포스코 정기주총을 앞두고 "신정부가 포스코를 포함한 철강정책은 TJ와 의논해 처리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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