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⑤네덜란드 내륙항

입력 2008-01-31 07:45:25

운하통해 물류 내륙도시 수송→트럭으로 목적지까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출발한 ICE(Inter City Express) 고속열차는 국경에 다다를 때까지 운하를 나란히 끼고 달린다. 한겨울에 초록색 가득한 드넓은 초지도 낯설지만 줄을 이어 항해하는 수많은 바지선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바로 '유럽의 관문' 암스테르담을 라인강과 연결하는 암스테르담-라인운하이다.

라인강의 하류인 레크(Lek)강, 바알(Waal)강을 연결하는 이 운하는 총 연장 70㎞. 지난 1931년 건설을 결정한 뒤 1935년에 폭 75m 수심 4.0m 규모로 착공했다. 하지만 경제사정 악화, 2차세계대전 등으로 인해 1952년에야 완공됐으며 이후 1963년부터 현재 규모인 폭 100m 수심 6m 규모로 확대공사를 시작해 1981년 마무리했다. 운하를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크기는 1만 1천t(바지선 4척을 연결)으로 길이 195m, 너비 22.8m이다.

2007년 현재 연간 물동량 약 5천500만t을 기록하고 있는 암스테르담-라인운하의 주변에는 위트레흐트(Utrecht), 아르넴(Arnhem) 같은 내륙 물류·공업중심도시들이 발달해 있다. 지난 19일 겨울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찾은 위트레흐트 시내 컨테이너하역장에도 대형 크레인들이 바쁘게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고 있었다. 바다항인지 내륙항인지 구분이 되지않을 정도였다.

현장을 안내한 제라드 보포(Beaufort) 네덜란드 교통수로관리국 정책고문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들어온 화물들 가운데 바다항구가 최종목적지인 경우는 매우 적고 대부분의 물동량은 운하를 통해 내륙항까지 운반된 뒤 다시 트럭으로 이송된다."며 "내륙도시들의 생활쓰레기도 운하를 이용해 인근 로테르담 소각장으로 운반하고 있어 운송비용과 소각장 추가건설비용을 줄였다."고 소개했다.

위트레흐트를 지난 화물선들 가운데 40%는 레크강의 '프린세스 아이린갑문', '베른하르트갑문'을 지나 티엘(Tiel)에서 바알강을 따라 독일 등 중부유럽으로 동진한다. 나머지 60%는 '프린세스 베아트리스갑문'을 통과한 뒤 레크강을 따라 로테르담과 벨기에 앤트워프로 서진하게 된다.

유럽 최대의 무역항인 로테르담과 독일 내륙의 뉘른베르크도 넘치는 물동량으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닷가에서 30㎞ 정도 떨어진 로테르담은 중세시대만 해도 작은 어촌마을이었지만 산업발달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구로 성장했다. 로테르담 시내 에라스무스대교 위에 잠시 서 있는 동안 다리 아래로는 유람선, 바지선의 행렬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부두에는 수십 척의 레저용 선박이 정박해 있었다. 뉘른베르크 역시 세계적 물류회사들의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컨테이너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처럼 서유럽에서 내륙주운이 발달하게 된 것은 라인강의 역할이 크다. 현재로서도 75%의 물동량이 집중돼 있지만 현재보다 7배를 더 처리할 여유가 있다. 수에즈운하나 대서양을 건너온 화물들이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의 항구에 기착하지 않고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의 항구를 이용하는 것도 선박을 이용한 대량운송에 따른 물류비 절감이 가장 큰 이유인 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기도 했다는 네덜란드의 운하 전문가 조코 브로스마(Brolsma) 박사는 "운하 의존도가 높은 서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독일은 철도, 프랑스는 도로교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데 비해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많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물길의 활용도가 더 높다."라며 "한국도 목적과 지형적 특성에 맞게 운하건설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5년까지 EU국가들의 내륙주운은 해마다 3~7%정도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2004년부터는 대형소매점의 물류를 운하로 대체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밀가루·맥주·음료 전용선도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