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평]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에 부쳐

입력 2008-01-30 09:11:18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역정책의 대강이 발표되었다.

행정구역이 지닌 개별성을 강조하기보다 인접한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체계를 갖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지역 자생력을 제고하려는 '5+2 광역경제권' 구축 계획이 그것이다. 이는 시대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한 접근으로 보인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21세기는 세계화, 지식정보화, 지역화의 시대이다. 오늘날 지구촌은 기술 발달과 더불어 국경 없는 세계화가 속도를 더하는 가운데 지역이 국민국가를 대신해 확실한 경쟁 주체로 등장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국가의 종말이라 진단하면서 지역국가 단위의 질서 재편을 주장한 바 있다. 자본과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 가능한 글로벌 환경을 고려할 때 광역지역이야말로 최적의 경제 행위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영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광역경제권 중심의 공간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번에 인수위가 제시한 구상은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배경이나 논리가 그럴듯하다 하여 정책의 성공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 당선인이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 수정을 공언하면서 "어느 한쪽을 규제해 다른 쪽이 발전하는 것보다 다른 쪽에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력히 시사한 만큼 벌써부터 비수도권의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 경기, 인천의 발전을 억제해야 다른 광역경제권의 미래가 열린다는 생각이 글로벌 지식경제시대에 다소 억지스럽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격차가 뚜렷한 이상 이를 양보하자면 갈등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구·경북은 사정이 절박하므로 성공적인 광역경제권 구축과 수도권 규제 완화 수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최우선 과제가 인프라 확충인데, 그 중에서도 영남권 신공항 조기 건설이 시급하다. 광역경제권 구축 구상이 목표로 내세우는 지역 경쟁력 제고나 자립화는 국내외 기업 다수가 지방에 뿌리내릴 때 동력을 얻는다. 이러한 기적을 이루어내는 핵심 조건이 국제적 접근성 향상이다. 사실 고속철도 개통은 서울과 대구의 거리를 엄청나게 좁혔지만, 해외 기업인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인천공항 연결 항공편이 줄어들어 오히려 불편을 더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인적·물적 교류를 보다 원활히 할 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경남으로 이어지는 초광역 경제공동체 형성까지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지역 주도권이 실질적인 분권 형태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역이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치제의 명분과 달리 지역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돈과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만일 광역경제권 구축 과정마저 형식적 분권 하에 중앙 위주로 진행된다면 지역의 의존성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시대정신이 분권 심화를 요구함에도 이를 외면할 경우 자생적 지역 발전은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광역경제권 중심도시의 거점기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중요하다. 교육 분야는 대표적인 예인데,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좋은 교육 기회를 좇아 우수 인재들이 모여들고, 기업은 뛰어난 인적자원이 모이는 곳을 선호하기에 서둘러야 할 기능 육성 대상이다. 이웃 중국의 상하이 푸동지역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자 세계적인 MBA 교육과정을 개설했으며, 외국인 학교를 열어 자녀들이 공부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준비했다.

그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전혀 불편을 겪지 않고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과정까지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적어도 광역경제권 중심도시라면 이러한 수준의 매력적인 조건이 아쉽다.

사실 대구경북은 지난 두 해에 걸쳐 경제통합을 추진하며 나름대로 광역경제권 구축을 시도해왔다. 그러므로 차별성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신정부 지역정책은 자칫 대구·경북 경제통합안의 전국적 확대라는 비판을 마주할 수도 있다.

오창균(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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