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축제-예천 별천문대를 찾아서

입력 2008-01-10 14:10:12

겨울은 사계절 중 별관측하기에 가장 최적

#별 에피소드 하나.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지리산 중산리 계곡. 잉크블루 빛 선명한 겨울 밤하늘을 무심결에 올려다 보다 보석처럼 반짝이던 뭇별들이 무수히 쏟아지는 착각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질끈 감았던 적이 있다.

#별 에피소드 둘.

어슴푸레한 새벽녘. 시골 외갓집에서 마려운 소변을 보기위해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별. 동쪽 하늘에서 유난히 반짝이던 그 별을 외할머니는 '샛별'이라 이름하셨지만 사실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금성'이었음을 안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네 개의 별이 멋진 사각형을 이루는 가운데 세 개의 별들이 삼형제처럼 나란히 빛나는 오리온 별자리는 겨울 밤하늘 동쪽을 올려 볼 때마다 쉽게 눈에 띄는 별자리다.

겨울철 별자리 여행은 바로 이 오리온 별자리에서 출발한다.

오리온자리의 큰 사각형 아랫변을 이루는 별 중 우측에 있는 리겔을 중심으로 밑변을 따라 좌측으로 가상의 선을 쭉 그으면 유난히 빛나는 밝은 별이 나온다. 이 별이 겨울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다. 시리우스에서 다시 좌측을 약간 기울어지게 올라가면 작은개자리의 프리키온이 나타난다.

시선을 프리키온 위쪽으로 향하면 마치 형제처럼 두 별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쌍둥이자리의 폴룩스와 카스트로별이다. 아래쪽에 조금 더 밝은 별이 동생별인 폴룩스이다.

폴룩스를 찾았으면 고도가 더 높은 우측의 천정 가까운 부분에 다시 두 별이 좀 더 넓은 간격으로 빛나고 있다. 이번엔 윗쪽 별이 조금 더 밝다. 이 별이 마차부자리의 카펠라이다.

카펠라에서 다시 우측으로 약간 치우치게 선을 내려 그으면 황소자리의 알데바란이며 알데바란에서 처음의 리겔로 다시 임의의 선을 긋게 되면 겨울하늘에 커다란 육각형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이 육각형을 찾아내면 겨울철 대표적인 별자리여행은 끝이 난다.

우리에게 익숙한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카시오페이아 같은 별자리는 북반구에서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들이다.

별을 보고 별자리를 읽어간다는 건 어쩌면 잊혀버렸던 겨울밤 추억의 재생이자 별처럼 빛나는 신화들의 로망을 찾는 일이다.

예천 별천문대를 찾아서

겨울은 사계절 중 별을 관측하기에 단연 최적의 계절이다. 습도가 낮고 맑은 날이 많아 관측이 용이하고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은 별의 출현도 많기 때문이다.

공해로 물든 도심에서 육안으로 밤하늘을 쳐다보면 4등성별을 보기에도 힘이 든다. 그러나 공기가 투명한 시골로 갈수록 4등성별을 포함해 5등성별까지도 관측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이는 지구 북쪽하늘에 고정된 북두성이 2등성별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의 별을 볼 수 있다. 겨울 밤하늘에서는 대략 3천여 개의 별이 빛을 쏘아내고 있다.

찬란한 별들이 우주 쇼를 벌이고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낮에도 별 볼 일이 있다.

지름 20인치(약 50.8cm) 반사 망원경과 6인치의 굴절 망원경이 나란히 하늘을 향하고 있는 예천 별 천문대 주관측실.

원형천정 돔이 회전하면서 하늘이 열리고 구름사이로 겨울햇살이 쏟아든다. 컴퓨터에 입력된 별의 위치를 따라 망원경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어느 순간 멈춰 선다. 반사 망원경에 부착된 접안레즈 안을 들여다보자 하늘 저 높이 밝게 빛나는 별이 눈에 잡힌다. 밝기가 0등성인 직녀성이다. 분명 낮임에도 태양빛에 아랑곳 않고 하얀 빛을 선명하게 뿌리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망원경을 통해 보통 700여개의 별이 낮에도 관측된다.

직녀성은 저녁이 되면 서쪽하늘로 넘어가 버리는데 지구자전 탓에 낮에도 여름과 가을별이 관측되는 것이다.

그래도 별 관측은 역시 밤이 제격인 셈. 겨울 동쪽하늘에서 솟아오르는 대표적인 별자리들은 오리온, 쌍둥이, 큰개, 작은개, 황소, 마차부 별자리. 이 중 오리온 별자리의 삼태성 아래 희뿌연 흰 점은 바로 오리온 성운이다.

토성의 아름다운 테두리, 초신성 잔해가 모인 황소자리, 선명한 안드로메다 성운의 모습은 차라리 신비롭기까지 하다. 책에서 사진으로만 봐 왔던 저 머나먼 우주의 또 다른 별의 세계로의 여행은 한기서린 겨울밤의 로망을 한층 더 경이롭게 만든다.

천체 망원경을 통해 한 번 익힌 천문도는 쉬 지워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몰랐던 별과 행성의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육안관측이 가능한 별과 태양계 일부 행성을 쉽게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도 있다.

겨울밤 저녁 7시 무렵 서쪽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별인 직녀성과 조금 더 어두워졌을 때 동쪽하늘을 보면 붉은 빛을 띠는 화성(겨울철 화성은 지구와 거리가 가장 가깝다), 새벽 2시경 토성, 새벽 5시경 금성까지 육안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조 관측실에서는 태양관측도 가능하다. 짙은 노란색의 태양이 렌즈 가득 들어차면 군데군데 자기장의 영향으로 표면온도보다 낮아진 흑점들이 선명히 보인다. 좁쌀보다 작은 흑점하나가 지구 5,6배 크기라는데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천문대 중간 우주 홀에는 별의 탄생과 소멸까지의 과정이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돼 있고 이어 천체 투영실(플라네타리움)에 들면 약 30분간에 걸쳐 계절별 별자리 여행을 일목요연하게 설명들을 수 있다.

(재)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가 운영하는 별 천문대는 일반관람을 포함해 1박2일 가족형 프로구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금은 개인 일반 주간 5천원, 야간 1만원, 초?중?고학생 개인 주간 4천원, 야간 7천원, 아동은 주?야간 각 2천원씩이다.(20인 이상 단체 20% 할인) 야간 별관측을 위해 10개실의 가족 숙박실도 마련돼 있다. 신청은 전화예약 054)654-1710.

#별빛 못지않게 아름다운 땅의 풍광들

예천읍에서 안동방면 924번 지방도를 따라 호명면 방향으로 가면 예천을 가로지르는 내성천의 물과 산이 빚어내는 산수미가 돋보이는 경승지 선몽대(仙夢臺)가 나온다.

아름드리 굵은 노송들의 가지가 마치 춤을 추는 무녀의 모습한 이 곳 선몽대는 하얀 살얼음이 낀 내성천과 명사십리의 백사장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퇴계 이황,, 약포 정탁, 서애 유성룡, 청음 김상헌,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 당대의 석학과 거유들의 친필을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유교공간이자 평사낙안의 길지로 선몽대 안에 들면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아늑함이 옷깃사이로 깃든다.

선몽대를 나와 예천읍 외곽도로에서 34번 국도를 타면 용궁면으로 향한다. 용궁면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합해져 용이 승천하듯 물이 휘감아 도는 '육지 속 섬마을' 회룡포가 있다.

맑은 물과 백사장이 어우러진 회룡포는 인근 유서 깊은 신라고찰인 장안사 초입 길을 통해 8각의 검은빛 정자가 있는 관망대에 오르면 발 아래로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특히 정자 안에 걸린 회룡포 사계절 풍경사진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회룡포의 색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예천 별 천문대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영주IC에서 좌측으로 새로 난 28번 국도인 자동차 전용도로를 탄다. 거의 끝 지점에서 오른편의 감천면 방향으로 내려 감천면 소재지를 통과한 후 덕율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왼편에 있는 건물이 별 천문대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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