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경부운하건설'과 관련, 찬반논란이 뜨겁다. 특히 당선인의 핵심 참모들이 경부운하의 추진을 당연시하는 발언 때문에 논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독일과 유럽을 연결하는 RMD 운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운하, 벨기에의 알베르 운하 등 매우 체계적으로 발달된 운하를 보면, 운하와 자연의 조화로움, 운하와 도시의 어우러짐에 반할 만하다. 또한 운하는 내륙의 물류통로로서 관심을 끌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도 경부운하 건설을 통해 물류비 절감, 지역 간 균형발전, 홍수피해 방지, 관광자원 개발 등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운하건설에는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물류통로로서의 효용성과 경제성 여부, 건설에 따른 환경문제 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비용과 편익분석은 크게 신뢰성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떻게 환경친화적으로 운하를 건설하느냐에 따라 건설비용에 천문학적 편차를 보일 수 있고, 개발에 따른 편익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충북, 경북의 낙후지역을 관통하여 낙동강 하류지역으로 연결되는 경부운하의 최대 수혜지역은 낙동강 유역에 있는 경북, 대구, 경남, 부산권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경제 및 물류활성화를 위해 경부운하의 건설도 좋지만, 동남권 신공항의 건설을 그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는 없을까?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지역을 아우르는 동남권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26.9%인 약 1천3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전국 GRDP의 27.6%, 수출액의 42.2%를 점유하고 있다.
물류통로를 건설하는 주된 목적은 물류비 절감에 있고, 부가적으로 잘 짜여진 물류시스템을 이용하여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경부운하 건설을 통해 신속성을 요구하는 컨테이너 화물을 유인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또한 경부운하를 관통하는 지역에 해외기업을 유치하는 것 또한 연계수송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어렵다.
그러나 동남권 신공항건설은 부산지역의 신항만 건설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해공(sea-air) 복합운송화물을 유치할 수 있고, 영남권 주민의 항공수요를 충족시킴은 물론, 이 지역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2005년 해공 복합운송화물은 4만 4천48t으로 2004년의 3만 9천415t에 비해 약 12%가량 증가하였다. 2011년 부산 신항이 완공되면 중국발 해공복합운송화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다.
노선의 제약을 받는 동남권의 국제공항인 김해공항은 2008년에, 대구공항은 2020년경에 공항시설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이들 공항은 여객중심의 공항이기 때문에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거점공항의 건설은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매주 영남권 주민 2만 6천여 명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우회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연간 174만 명의 영남권 이용자가 인천공항을 이용함으로써 연평균 2천9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되며, 2020년까지 약 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구미, 대구, 울산, 창원 등지에서 생산되는 LCD, 반도체, 정밀기계, 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특성상 항공운송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 최근 LG필립스 LCD가 구미를 등지고 공장을 파주에 건설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파주지역이 항공운송 이용에 경제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가나 도시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 중의 하나가 세계 주요도시로부터의 접근성이고, 접근성이 뛰어나지 못한 도시는 해외투자를 유치하기도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공항은 물류활동뿐 아니라 관광과 비즈니스를 원활히 영위할 수 있는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
경부운하와 동남권 공항의 건설은 둘 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물류경쟁력 제고와 영남권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업들이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은 5개 시도가 연합하여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건설의 당위성을 제기하고 있는 사업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기반산업의 쇠퇴와 전략산업의 부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식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인 것으로 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적 및 물적 교류를 제고할 수 있는 하늘의 문호가 열려야 한다. 영남권 경제 활성화와 주민의 편의를 위해 어떤 것이 우선 순위를 가지는지 당선인 캠프에서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영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교수·동남권신공항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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