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그 맛에 오르고 또 오른다…실내암벽등반

입력 2008-01-09 07:50:46

12m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암벽. 곳곳에 설치된 '홀드'(손과 발로 잡을 수 있는 인공요철)를 잡고 한 발씩 정상을 향해 오른다. 중간쯤 오르자 두 손과 두 발의 힘이 소진된다. 더이상 오르지못할 것 같다.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온다.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동시에 살고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있고 아래쪽에서 동료가 줄을 잡고 있는 줄 알면서도 홀드를 움켜쥐고 있는 손을 놓지 못한다. 어렵사리 크럭스(등반 중 가장 힘든 지점)를 통과하니 바로 정상이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하지만 처음으로 여길 올랐다는 기쁨에 성취감은 남다르다.

이것 때문이다. 왜 인공암벽까지 만들어서 오르려 할까. '오름짓'(오르려고 하는 몸짓)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돈주고 놀이기구 탈 필요가 없어요." 클라이밍 경력 10년이나 됐다는 김정훈(40) 씨. 그는 암벽을 타고 오를 때 느끼는 짜릿한 스릴 때문에 인공암벽등반에 여전히 도전하고 있다.

자연암벽 등반을 위한 훈련코스로 개발된 실내인공암벽등반은 최근 들어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익스트림'스포츠의 하나로 빠르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1940년대 구 소련에서 시작된 인공암벽등반은 스포츠클라이밍으로 자리잡으면서 대중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1988년 서울에 4m 높이의 인공암벽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요즘엔 사설 인공암벽장 외에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도 앞다퉈 인공암벽이나 볼더링장을 세워 전국적으로 400여 곳의 인공암벽장이 생겨났다.

인공암벽등반의 가장 큰 매력은 도전정신과 스릴, 그리고 성취감에 있다. 특히 전신을 이용하는 레포츠로 각광을 받으면서 체중감량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주부층 동호인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의 생활온천내의 암장에서 만난 하명자(31·주부) 씨는 "남자들처럼 여자들도 예쁜 근육을 갖고싶은데 단기간에 그런 예쁜 몸매를 만드는 데는 이만한 운동이 없어요."라며 다시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냥 인공암벽등반이 어떤가 싶어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재미있어요. 그리고 성취감도 남달라요."라고 인공암벽등반의 묘미를 설명한다. 클라이머들은 자연암벽을 오를 때 느끼는 공포감이나 자연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도전의식과 정상을 정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자연암벽등반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인공암벽은 자연암벽이나 빙벽등반과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특히 밤에도 즐길 수 있다. 실내에서는 헬멧 등의 보호장구도 필요없다. 간편한 복장과 암벽화, 그리고 미끄럼 방지를 위한 초크가루만 있으면 끝이다.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려있어 추락하더라도 다치지 않는다. 물론 높이 올라갈 때는 줄을 걸어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하 씨는 "요가를 오래해 왔고 몸이 유연하니까 아무래도 유리하다."며 "시작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았는데도 다리 힘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오르던 김은하(35·주부) 씨도 "폐활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암벽에 올라가면 살아있음을 느껴요."라며 "고도에서 느끼는 짜릿함과 공포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고 살고자하는 욕망도 새로워요."라고 말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홀드를 잡은 손을 놓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암벽을 타고 있던 지승윤(11·여) 어린이는 "올라가면 뿌듯하고 하나도 무섭지않아요."라고 말했다. "감기에 걸리지않는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훈련과정은?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체부위는 두 말할 나위없이 손가락이다. 온 몸을 손가락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에 걸리는 부하는 상상을 초월한다. 클라이머의 손가락 힘은 팔목과 어깨를 거쳐 몸 전체로 전달되게 된다. 힘은 전신으로 분산돼야 효과적이다. 난이도가 높은 홀드는 크기가 아주 작아 손가락 끝마디로 온 몸을 지탱해내야할 때도 있다. 지구력과 집중력, 그리고 테크닉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렇다고 손가락힘은 팔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팔뚝힘이 아무리 세다고 섣불리 암벽에 덤볐다가는 제풀에 꺾이게 된다. 암벽을 오를 때는 순간적인 힘보다는 근지구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암벽등반을 배울 때는 초보단계에서 손가락 힘기르기부터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이 단계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한 두번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독성이 있다. 이 초보단계를 넘어서면 점점 빠진다.

손가락힘이 붙으면 발근력과 발쓰기 기술을 배우게 된다. 오버행(암벽경사도가 90도 이상이 되는 곳) 등의 고난도 등반은 발힘과 발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대체로 남녀에 따라 혹은 개인마다 체력과 유연성이 다르기때문에 초·중급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몸이 유연하지 않더라도 6개월정도 암벽등반을 익히면 오버행까지 가능하다. (도움말=이정옥 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 대표)

▨ 어디서 타볼까?

대구·경북지역에는 10여 곳의 실내인공암장이 있다. 대부분 높이 3~4m 규모의 인공암벽을 설치하고 강좌를 열고 있다. 사설암장의 월 수강료는 4만~8만 원 수준. 암벽화와 초크가루 등을 대여하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암벽화(5만~10만 원)와 초크백 등의 장비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대구

-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이정옥) 743-8850

-청소년수련원 인공암장 656-6655

-대구클라이밍센터 754-7579

-성서클라이밍센터(김영희) 582-3579

-시지클라이밍센터(진미경) 794-3917

-생활온천 클라이밍센터 641-0100

-수성구청 볼더링장(수성구 황금동)

-동구청 볼더링장(동구 봉무공원내)

▶경북

포항-김대우 암벽교실 054)262-3144

경주-경주 클라이밍스쿨 054)771-7922 -설우클라이밍센터 010-5008-0425

구미-구미실내암장 011-535-4059

의성-의성클라이밍센터 011-9362-6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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