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人命경시의 야만성이 부른 이천 참사

입력 2008-01-08 11:10:08

또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했다. 냉동창고회사인 '코리아 2000'의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신축 창고건물에서 폭발을 동반한 화재로 40명이 숨지고 7명이 중태에 빠졌다. 화재원인은 용접작업의 불꽃이 油蒸氣(유증기)와 인화물질에 옮겨 붙어 폭발이 일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결국 안전불감증이었다. 99년의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23명 사망), 인천 중구 호프집 화재(57명 사망), 2007년의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10명 사망) 등 대형 참사의 이면에는 안전불감증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사고(27명 사망)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인화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하면서 실내 온도를 낮추거나 환기를 해주는 등 초보적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작업장 곳곳에 우레탄, LP가스 같은 인화 위험성 물질을 늘어놓고 인부들을 투입하는 인명경시의 야만성까지 느껴진다.

선진 한국이라 말하기에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원시적 참사였다. 인명경시의 실상을 이처럼 잘 보여줄 수는 없다. 사업주나 건설업자는 안전을 팽개치고, 소방당국은 대충대충 사용승인을 해주는 무사안일이 있는 그대로 노출됐다. 유독가스 화재를 맞아 손 한 번 못 써보는 방재체제 또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얼마나 더 많은 참사가 있어야 인명안전을 최우선의 고려사항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정부나 자치단체, 소방당국 등 관련기관들은 이번 참사를 안전혁신의 뼈아픈 전기로 삼아야 한다. 기초질서가 몸에 배도록 하는 인식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과학적 방재대책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강책이 검토돼야 한다. 그것이 애꿎은 죽음을 당한 고인들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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