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영화 '페이스 오프'와 '최요삼 선수'

입력 2008-01-08 09:05:58

한국계 여자와 결혼한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페이스 오프'(face-off)가 박스 오피스 기록을 세웠던 것이 아마도 10여 년 전쯤이었다. 두 주인공은 FBI 정보원과 그의 어린 아들을 죽인 잔혹한 범죄자로 서로 격돌하게 되는데 수술로 두 주인공의 얼굴이 서로 통째로 맞바뀌게 된다.

이후 두 주인공들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흥미진진한 사건의 빠른 전개와 더불어 기상천외한 이야기의 흐름은 관객들로 하여금 한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 페이스 오프의 사례가 있다.

프랑스 40대 여성이 애완견에 얼굴 아랫부분을 물어 뜯겨 코와 입술이 없어지면서 잇몸과 아래턱이 모두 노출되었다. 정신적 충격이 심각해서 2005년 11월 말, 세계 최초로 뇌사 상태의 환자 얼굴을 떼어내 안면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년이 지난 지금, 이 여인의 웃는 얼굴 사진이 전세계 언론을 다시 한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입술을 움직여 말도 하고 조금씩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안면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비슷한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벌써 몇몇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수술이 시행되고 있고, 이와 비슷한 수술로 팔이 없는 환자에게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재건하는 수술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국 이상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는 심장이나 간·콩팥 이식은 단순히 한 종류의 조직으로 구성된 장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옮기는 수술이다. 여러 가지 조직으로 구성된 팔 이식이나 안면부 이식은 이들과 비교하면 한 차원 높은 면역 치료와 고난도의 수술 술기를 필요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으로 볼 때, 팔이 없는 장애인에게 뇌사자의 팔을 이식하거나 안면부 이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수술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장기 기증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나마 몸속의 장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증이 가능하지만 외부에 보이는 팔이나 안면을 기증할 기증자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싶다.

얼마 전, 우리의 영원한 챔프 '최요삼 선수'가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 기증으로 6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안겨주고 생을 마감했다. 제때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없어 불법 장기 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이 시기에 또 하나의 모범으로 장기 기증 문화를 정착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을 뿌린 것으로 생각된다.

우상현(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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