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기름값 절약 서민 상대 악덕상술 판쳐

입력 2008-01-08 09:13:19

심야전기·태양열 보일러로 바꾸게 한 뒤 이자 떠넘기고 하자 방치

지난해 11월 초까지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해오던 K씨(65·경북 영천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심야전기보일러로 바꾸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지인들의 귀띔과 때마침 방문 판매에 나선 보일러 설치공 O씨의 권유로 난방시설을 심야전기보일러로 바꿨다. 설치비가 560만 원이나 됐지만 12개월 할부가 가능한데다 할부이자까지 O씨가 부담하겠다고 해 선뜻 설치하기로 한 것. 그러나 계약서 작성에 문외한이었던 K씨는 한 달이 지난 뒤에야 O씨의 말과 계약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K씨가 할부이자까지 부담하도록 돼 있어 총 720만 원을 지불해야 했고,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자신이 원하던 상표의 보일러가 아니었던 것.

지난해 6월 태양열 보일러를 설치한 H씨(62·여·경북 예천군)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6개월이 지난 12월, 막상 겨울철이 되자 온수가 나오지 않고, 보일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것. 하지만 업체 측은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했고, 계약서에 올라있는 업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악덕상술이 판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대구소비자연맹에 접수된 보일러 설치 관련 피해 사례는 모두 36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약속과 계약서가 달라 피해를 입었다는 것. 이는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설치비는 많이 들지만 기름값 낮추는 획기적인 방식'이라고 홍보한 뒤 계약을 하면 약속과 달리 나몰라라 하기 때문. 게다가 피해자들이 대부분 노인이어서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설치업자에게 전화를 하더라도 하자 보수는 뒷전. '설치만 하면 끝'이라는 식의 업체 태도에 계약 과정에 문맹이나 다름없는 노인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소비자연맹 김근옥 상담팀장은 "노인들의 경우 수리해주겠다고 말하면 그냥 믿고 기다리기 일쑤여서 하자 보수 기간인 2년이 지나도록 하자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계약 과정에서 불리한 계약을 하지 않도록 노인들에 대한 소비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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