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核 불능화'신고 약속 또 얼렁뚱땅인가

입력 2007-12-24 11:01:20

북한이 6자회담에서 약속한 연내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발뺌과 부인으로 일관해 북핵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북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와 관련해 핵 연료와 냉각탑의 완전한 폐기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에 제출한 고강도 알루미늄 관에서 발견된 우라늄농축 흔적 등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인 농축우라늄을 둘러싸고 마찰음이 커지면서 북핵 문제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계관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는 최근 방북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에게 "신고의 핵심과 대상은 플루토늄이지 UEP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주 방북했던 미 국무부 성 김 한국과장도 UEP와 관련해 북측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빈손으로 철수했다.

이 같은 북측의 태도가 향후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얄팍한 술수인지 아니면 그동안 부인해온 UEP에 대해 시인할 경우 북측이 안게 될 부담과 파장을 염려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불능화와 신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6자회담의 발목을 잡게 되고 회담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로선 북측이 연말까지 핵 신고를 완료할 것인지는 아주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라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기한 내 부실한 신고를 하느니보다 늦더라도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고 보면 무작정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구조건에 훨씬 못미치는 조치를 얼렁뚱땅 해놓고 불능화 약속을 이행했다며 반대급부를 달라고 손 내미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기한도 어기고 신고도 부실하게 함으로써 제3차 북핵 위기가 전개될 경우 모든 책임이 북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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