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겨울 철새들의 낙원

입력 2007-12-20 07:34:40

충남 태안 앞바다가 유조선 사고로 온통 기름으로 뒤덮였다.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청정바다를 복원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하니 환경오염이 큰 문제가 된다. 서구에서는 선진국일수록 지구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고, 유엔에서도 각 국가에 환경보존을 위한 예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금수강산'을 자랑으로 여기며 자연에 순응하는 순박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급속한 산업화로 도심지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자동차·선박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에 대기오염은 물론 수질오염과 토양의 산성화 등으로 산과 하천이 죽어가는 환경오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우리도 공기를 비롯한 산과 강물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곳곳에 죽어가던 자연의 생태계가 소생되고 있다. 요즈음 어느 강 어구에서든지 천연기념물인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겨울철새들이 평화롭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낙원을 지자체에서 조성하고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낙동강 하구의 철새 도래지를 복원하고 을숙도의 갈대밭을 정비한 결과 세계적인 희귀 조류가 우리 주위에서 한가롭게 날고 있는 모습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더 느끼게 된다. 대구에서 가까운 우포늪에는 어류 곤충과 식물들이 자유롭게 자라고 있어 수중식물의 낙원이 되고 있다.

철새 도래지인 구미시 해평의 낙동강 늪도 청둥오리 떼가 한가히 노닐고, 강 위를 기러기가 무리지어 날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 지역의 넓은 평야에는 기러기 수백 마리가 먹이를 찾기 위해서 들판에서 바쁘게 먹이를 쫓는 모양이 장관이다.

철새들인 재두루미·흑두루미와 멸종 위기인 황새·독수리·수달·흰꼬리수리 등의 귀한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찾아오는 희귀한 철새들을 우리는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

강어귀에서 평화롭게 날고 있는 물새 떼와 겨울새들이 마음 놓고 머물다 갈 공간에 대해 우리는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은빛 수면위에서 헤엄치는 청둥오리 무리가 조용히 물살을 가르고 있는 하늘에는 겨울 철새가 비상한다. 밤이면 별빛 좋은 호숫가에서 철새들의 낙원을 생각하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아름다운 자연을 그려 본다.

장식환(대구시조시인협회장·영진전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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