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농촌 사랑 불씨 피어올라

입력 2007-12-10 10:39:14

매일신문이 지난해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기획한 '농촌체험-가자! 생명의 땅으로'는 도시민들에게 건전한 여가선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말 그대로, 우리 농촌은 국내외의 급격한 상황 변화로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DDA·FTA 등 개방 압력, 인구 고령화, 도농간 소득격차 확대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민들은 농촌의 어려움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고 있다. 가격만 싸다면 수입 쌀·수입 쇠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겠다는 소비자도 적지않다.

농촌체험관광은 도시민과 농민이 힘을 합해 농촌의 불투명한 미래를 희망으로 바꿔보자는 작은 시도였다. 특히 농가의 농업이외 소득이 몇년째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북의 경우 뛰어난 경관과 수많은 문화유산을 갖고 있어 농촌체험이 소득 향상의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행스럽게도 2년 동안 농촌체험을 진행하면서 그 희망의 불씨를 찾았다. 도시 어린이들은 농촌을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에서 인정 넘치고 살고 싶은 곳으로 바꿔 생각하게 됐고 부모들은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농촌을 찾거나 휴가를 보내게 됐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은 게 솔직한 현실이다. 경북 도내만 하더라도 40여 개의 체험마을이 조성돼 있지만 체험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독특한 체험프로그램 개발 노력도 미흡해 아쉬움을 남긴다.

체험마을 조성 이후 당국의 지속적인 관리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예산을 지원, 덩그러니 체험·숙박시설만 지어놓고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가 입 안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선심성 정책으로 끝나지않으려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애정이 절실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불씨는 막 살아났다.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녘 가득 넘친다면 우리 농촌의 앞날은 더 밝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헌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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