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지역 실업급여 신규 수급 1만명 넘어

입력 2007-11-29 10:00:38

대기업 지속적 구조조정·한국합섬 파산 여파

"20여 년 동안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왜 명예퇴직 대상에 포함됐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새로운 직장을 찾아 봐야죠.".

전자업종 대기업에 다니던 김모(41·구미 공단동) 씨가 지난 9월 명예퇴직하면서 손에 쥔 돈은 퇴직금·위로금 등 모두 8천여만 원.

그는 현재 대구지방노동청 구미종합고용지원센터로부터 월 110여만 원의 실업급여를 받아 4식구가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실업급여는 7개월 정도만 지급되기 때문에 그는 반드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만 하는 부담감 속에서 생활한다.

TV부품 생산 대기업에 다니다 7월 명퇴한 박모(48) 씨는 "월 115만 원의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부양할 식구가 있는 만큼 모든걸 잊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요즘 대구지방노동청 구미종합고용지원센터는 실업급여를 받으려 하거나 재취업 문의를 하는 실직자들로 붐빈다. 올 들어 실업급여 신규 수급자가 부쩍 늘어 방문객이 하루 평균 300~400명에 달한다고 센터측은 밝혔다.

구미공단 내 LG, 삼성 등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한계산업의 정리 등으로 협력업체들에게도 연쇄 감원 칼바람이 불면서 올 들어 구미지역의 실업급여 신규 수급자가 크게 증가했다.

구미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실업급여 신규 수급자는 1만 428명을 기록, 지난 한해 8천79명을 이미 2천349명 초과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최소 1만 2천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2005년의 신규수급자는 7천804명이었다.

올 들어 신규수급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LG, 삼성,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대기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비롯해 5월 국내 폴리에스테르 장섬유 생산능력 1위 업체인 한국합섬㈜과 자회사인 ㈜HK의 파산 등이 큰 요인.

다행히 실업급여 신규수급자 중 30% 정도는 고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취업 알선 프로그램,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실업급여가 지급되는 3~8개월 사이 재취업을 하고 있다.

이성호 구미종합고용지원센터 소장은 "구미공단은 수출, 생산, 가동률 실적은 호전세를 보이고 있지만 계속되는 구조조정으로 근로자 수는 줄어드는 '고용없는 성장세' 를 보이면서 실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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