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사이다 57살·야쿠르트 390억병…장수 식품들

입력 2007-11-17 07:49:00

부라보콘 33억5천만개 판매…초코파이 세계 60개국 판매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수제품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백화점'대형마트를 비롯해 동네 슈퍼마켓, 구멍가게, 편의점 등에 가보면 요즘 아이들의 기호에 맞는 신제품 과자들이 즐비하지만 수십 년 전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 그대로 꿋꿋이 매장의 노른자위를 지키고 있는 제품들도 많다. 맛도 맛이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랑을 받는 소위 '국민 제품'은 줄잡아 10여 개에 이르고 있다.

1960년대 생으로는 삼양라면(출시연도 63년)'박카스(63년)'크라운산도(61년) 등이 대표적이다. 1965년 당시 삼양라면은 10원으로 시내버스요금과 같았고, 박카스는 30원이었다. 참고로 당시 최고급 담배 '신탄진'은 60원이었다.

또 1970년대 생으로는 부라보콘(70년)'농심새우깡(71년)'야쿠르트(71년)'크라운조리퐁(72년)'삼양식품 뽀빠이(72)'오리온초코파이(74년)'맛동산(74년)'에이스(74년)'오징어땅콩(76년) 등이 유명하다.

37년 동안 판매된 부라보콘 양은 33억 5000만 개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다.

5~7cm크기의 새우 3~5마리가 함유, 씹으면서 느끼는 맛이 일품이어서 입에서 삼키는 순간 다시 그 맛을 즐기기 위해 손이 가는 농심새우깡은 현재 38개 나라에서 사랑받는 세계인의 스낵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 당시 가격은 50원.

소위 '야쿠르트 아줌마'라 불리는 방문판매원을 고용, 소비자와 친숙해진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는 지난 36년 동안 390억 병이나 팔렸다. 야쿠르트 아줌마 한 명이 하루 평균 5㎞가량을 걸으며 배달한 결과로 야쿠르트 390억 병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와 달 사이(38만 4천400㎞)를 왕복하고도 남는 길이다.

뽀빠이는 특별히 먹을거리가 없었던 1970년대 동네 점방에서 가장 많이 팔리다시피 했던 추억속 과자로 36년째 시골 마을과 도시의 동네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다. 김일수(47'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꽁보리밥이 먹기 싫어 배가 아프다며 밥을 안 먹고 있다가 할머니가 마을에 나가 뽀빠이 한 봉지를 사들고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피식 웃곤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뽀빠이는 요즘 대구시내 백화점에서는 사라졌지만 동네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대형마트 등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수' 품목이다.

백화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매출이 적기 때문. 72년 첫 출시된 '뽀빠이'는 당시엔 별사탕 없이 자장면 정도의 굵기로 튀겨졌지만 요즘 제품은 면발이 가늘어졌고, 별사탕이 들어있다.

삼양식품(주) 이현규 홍보담당은 "첫 출시될 당시 '자장면 정도의 굵기로 튀겨진 어린이용 영양과자로 단맛과 고소한 맛에 비타민B1'B2, 칼슘 등을 첨가한 제품'이란 설명과 함께 1984년 50원, 90년 말까지 70~75g, 이후 2000년부터는 55~60g 중량으로 출시됐다는 기록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70년대 초 구미선진국을 순회하던 동양제과 기술개발연구소 소속 한 연구원이 카페테리아에서 초콜릿 코팅과자를 맛보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오리온초코파이는 출시되자마자 고단백'고칼로리를 가진 영양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출시 당시 값은 50원으로 자장면 값(50~100원)과 맞먹는 고급 과자였다. 현재는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베트남'러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시장 매출액이 국내시장 매출액을 웃도는 등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상태다.

빙그레의 투게더아이스크림은 국내 최초로 생우유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부르짖고 74년 태어났고, 바나나우유(74년)를 출시한 뒤 '빙그레' 웃었다는 빙그레 바나나우유는 지금도 여전히 시장의 지존으로 남아있다. 바나나우유의 인기는 바나나 맛과 향이 우유와 어우러져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소비층을 두텁게 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빙그레 측은 "바나나우유 시장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매년 신제품이 한두 개 출시돼 소비자들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시장규모를 키운 뒤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과자 역사에서는 무려 62세 노인도 있다. 바로 1945년 출생한 해태제과의 연양갱(鍊羊羹)으로 연(단련하다, 부드럽다) 더하기 양갱(단팥 등의 묵)의 뜻을 지닌 과자. 45년 해태제과가 출범 하면서 첫선을 보인 과자로 국내 최장수 과자로 손꼽힌다.

1950년 출시된 음료수 '칠성사이다'도 올해 57세이다. 60~70년대 소풍'수학여행을 갈 때 삶은 계란과 칠성사이다는 필수품이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칠성사이다는 레몬과 라임에서 추출한 상큼한 향과 톡 쏘는 탄산 궁합으로 막강한 글로벌 브랜드 사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7년 동안 판매된 제품은 약 140억 병에 이른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3천182개에 필요한 물의 양과 맞먹는다.

80년대 제품으로 꾸준히 인기가도를 달리는 제품으로는 동원참치캔(82년)과 신라면(86년)이 있다. 우리나라 참치캔 가공산업의 개척자인 동원산업의 참치캔은 70% 이상의 시장점유율(1위)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 7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약 36억 캔이나 팔았다.

또 신라면은 하루평균 300만 개씩(전체 라면시장의 25%선) 판매되고 있다. 국내 인기 못지 않게 중국'일본'미국'홍콩'대만 등 해외에서도 단일 품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서는 삼양라면의 아성을 깨고 라면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출시이래 현재까지 153억 7000만 개가 팔려나갔다. 국민 5천만 명이 1인당 307개 반씩 먹은 셈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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