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안동 식혜

입력 2007-11-15 10:07:19

역이나 터미널 유명 관광지 등 오고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에 문을 연 식당들은 으레 지명이 들어간 상호를 내건다. 대구식당, 영천집, 포항식당, 동곡식당 따위다. 이런 상호는 세계 곳곳에 문을 연 한식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고향과 고향 사람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물론 한끼 식사를 때워야 하는 나그네도 고향의 이름을 내건 음식점에 발길이 간다.

얼마 전 어느 조간 신문에는 국내외 유명인사와 요리 전문가들이 꼽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은 이것'이란 기사가 소개됐다. 비싸고 귀한 요리를 지목한 이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음식을 생의 마지막 시간에 꼭 먹고 싶은 음식으로 선택했다. 흔하고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어린 시절 허기진 배를 넉넉하게 채워 준 엄마의 손맛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대구는 음식에 있어서는 나라 안에서 별 볼일 없는 곳이다. 따로국밥 정도가 전국적 명성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대구는 '먹을 게 없다'는 평을 듣는다. 전국의 맛집이 모인 서울에서도 대구의 음식은 별로 없다. 먹을거리가 부족하기로야 경북도 마찬가지다. 고작 포항과 영덕을 상호로 내건 물회나 막회집 정도가 서울의 서민들을 파고드는 정도다.

그런 점에서 안동은 사정이 다르다. 백 석만 해도 부자소리를 듣고 닭발을 손님상에 올려야 할 정도로 가난한 곳이지만 음식에 관한 한 안동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간을 친 고등어는 나라 안 어디에서도 으레 '안동 간고등어'로 팔린다. 안동국시와 안동찜닭도 전국 어디서건 낯익은 브랜드가 됐다. 칼국수 시장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상호가 안동국시다. 압구정동 역삼동 광화문 여의도 할 것 없이 안동국시 상호를 내건 집은 저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안동국시란 간판을 건 한정식 집도 있다.

안동의 먹을거리 가운데 안동식혜는 독특하다. 가자미 식해와도 다르고 끓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주와도 구별된다. 엿기름으로 단맛을 내고 무와 고추 생강 등을 넣어 발효시킨 후식이다. 고추를 넣다 보니 색깔도 붉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한번 맛 들인 뒤엔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나는 굶어도 손님은 소홀하게 할 수 없다'는 정신이 안동…이란 유명 브랜드를 낳은 것이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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