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기술

입력 2007-10-25 16:46:20

세월이 흐를 수록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2006년 통계청 자료를 통해 살펴 본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0.9세, 여성 27.8세. 특히 30대에 결혼한 여성은 전체 초혼 여성의 21.8%를 차지, 1990년 5.0%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듯 결혼이 늦어지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환상'보다는 현실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마냥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결혼 후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들까지도 꼼꼼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것이다.

▷불행 끝 행복시작? 행복 끝 불행시작?

"미리부터 제가 기선을 제압해야 하지 않겠어요?" 2년 째 교제를 해 온 남성과 1년 후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E(29'여)씨. 그녀는 요즘 남자친구의 일거수 일투족을 꼼꼼히 체크한다.

E씨는 "막상 결혼을 생각하니 마음에 걸리는 행동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결혼 후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점들까지도 체크해봐야 실패를 줄이고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렇다고 굳이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것도 아니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일상을 함께 영위하는 것이다보니 결국 어느 순간이 되면 서로에게 심드렁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평소 E씨의 생각. 그래서 연애기간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욕심이다.

요즘 미혼 남녀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많지 않다. 마냥 행복할 것이라는 소녀적 발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설문조사를 통해 미혼 남녀들이 생각하는 '신혼 때 예상되는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을 물어본 결과 남성들은 '상호 매너'(39%)를 가장 큰 이유로 예상했고, 다음으로는 '귀가시간'(23%), '가사분담'(13%), '술'담배'(11%)의 순으로 답했다. 여성들은 '귀가시간'(37%)가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상호매너'(28%), '가사분담'(19%), '양가 가족에 대한 관심'(9%)의 순으로 이어졌다.

결혼 후 연애감정의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남성은 1년 정도, 여성은 6개월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남성은 1년(26%), 3년(18%), 갈수록 애정이 커진다(17%), 6개월(14%), 임신때까지(13%)의 순으로 답했고, 여성은 6개월(31%), 갈수록 애정이 커진다(27%), 1년(13%), 2년(11%)의 순을 보였다.

부부싸움을 했을 때는 남성이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남성의 76%가 싸움의 발단이 어떻게 됐든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하겠다'고 답했던 반면, 여성은 '원인 제공자가 먼저 화해를 청해야 한다'(67%)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배우자'(29%)였다. 자신이 먼저 화해를 청하겠다는 응답은 고작 5%에 그쳤다.

▷예단에 대한 동상이몽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F씨. 그녀는 아파트 전세금 중 3천만원을 부담하는 대신 예단을 300만원 수준으로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상대인 G씨는 내색은 못하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의 누나들이 "그래도 할 것은 해야지"라며 입을 쫑알거리는 것이 영 맘에 걸리는 것이다.

결혼 예단은 결혼을 앞두고 양가 불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이유는 바로 남녀가 예단에 대한 서로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 설문조사 결과 여성의 92%가 '예단이 부담된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에 남성들은 '적당하다 혹은 부담이 안된다'는 응답이 68%를 차지했다. 적정 예단 비용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남녀 모두 300만원 이하가 적정 예단 비용(남 29%, 여 5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남성의 23%는 '2천만원 수준'이라고 답해 극단적인 의견 차이를 보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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