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 하늘에 감사인사부터...

입력 2007-10-25 16:48:39

가을이면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산에는 밤, 도토리 주우러 다니고 들에는 콩잎이 누렇게 익어 콩서리가 가능하고 마을마다 탐스런 감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감은 아직 이르고 눈독을 들이는 것은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였다. 사과밭에서 사과를 똑 따서 한 입 베어 물면 그 새콤달콤한 맛으로 사과물이 입가에 흘러내린다. 흐뭇한 웃음이 덩달아 묻어난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인가? 고모부가 사과농사를 많이 지어서 고모댁을 찾으면 맨 먼저 사과밭을 찾았다. 사과 욕심이 나서 사과를 잡아당기니 가지만 밑으로 처지고 사과꼭지를 배배 틀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고모님이 "인석아, 사과를 따려면 먼저 하늘에다 인사를 해야지" 하시면서 사과 꽁무니를 잡고 하늘을 향해 제쳤다. 그러자 잡아당기고 배배 꼬아도 따지 못했던 사과가 쉽게 꼭지를 놓았다.

'아하, 사과를 따기 전에 하느님께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구나.' 사과 따는 법을 터득한 나는 그날 몇 시간을 하늘에게 인사하면서 사과따기를 했다.

우리 그때의 사과 품종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지금이야 시나노스위트, 양광, 부사, 홍로, 홍장군이니 하면서 그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을 정도로 품종이 다양했다. 그때당시 지금 기억나는 품종은 6월이나 7월 초여름에 나오는 파란 '이와리', 한 여름 땡볕에 빨갛게 익어 가는 '홍옥(紅玉)', 가을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서리가 내릴 때까지 나오는 '국광', 그리고 후지라는 사과가 있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사과도 같은 품종만 심으면 꽃가루받이 부실로 듬성듬성 몇 개씩 안 열린다고 한다. 반드시 수분수(受紛樹)를 섞어 재배해야 정상적으로 열린다. 예를들면 재배농가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후지도 한 품종만 심으면 결실이 부실하다. 그래서 후지(富士)사과밭에 홍옥이나 골던딜리셔스, 레드골드 같은 것을 같이 심는다고 한다. 즉, 네 주에 한 주 꼴로 재배를 한다는 것이다.

달콤하면서 물이 많아 그 끝 맛이 시원한 후지는 일본에서 국광에 딜리셔스를 교배해서 만든 품종이다. 사과 중에서 제일 맛이 있고 신맛이 적으며 씹히는 촉감이 부드러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는 사과 품종이다.

대구,경북 곳곳에서 사과따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젠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원산지를 넘어서 강원도 사과가 선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 그래도 대구 인근엔 팔공산과 같은 높은 산이 많아 일교차가 큰 산사과가 남아있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동산동, 남산동, 대율동 일대에서 대규모 사과따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제2석굴암으로 잘 알려진 삼존석굴 인근에서 제2회 군위이로운사과따기 체험이 오는 11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특이한 것은 사과에 한자와 영어 스티커를 부착해 자녀들이 한자와 영어 학습 까지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사과밭에서 미션에 따라 사과를 찾아 임무를 완성하면 주최측이 준비한 사과를 선물로 준다고 한다.

유치부는 영어미션이 주어지는데 영어 알파벳 단어가 있는 사과를 따서 단어를 조합하고 초중등, 일반 시민들은 한자 사과를 따서 사자성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미션을 완수하면 된다. 사과도 따고 한자와 영어 학습까지 곁들이는 교육용 행사인 셈이다.

사과따기 외에도 지역에서는 최초로 재래장터를 구성해 자녀들에겐 재래장터 체험을 하고 부모님들은 옛 추억의 장터를 되살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전체 12코스로 엿장수의 엿치기, 약장수, 떡 만들기, 뻥튀기, 풍로를 이용해서 대장간 체험과 함께 긴 줄넘기, 굴렁쇠, 투호놀이가 펼쳐지고 짚신, 멍석, 똥장군 등의 생활용품점과 도자기와 그릇을 전시하는 방짜 유기전, 농기구, 생활기구, 민속기구 등의 농경민속자료전이 볼거리를 더해줄 예정이다.

그 외 특별행사로 사과요리 시식과 만들기 체험이 있다. 또한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허수아비만들기 체험을 통해 풍요로운 가을 수확의 의미를 더해줄 예정이며 공연행사로는 택견, 묘기 합기도, 마술, 노래자랑, 강령탈춤, 그림그리기, 글짓기, 디카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가 도시민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군위군 박영언군수는 "군위 농민들의 정성을 따가는 사과따기 체험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약: 한농교류연합 (053) 246-8900, www.applemission.com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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