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통령의 이혼

입력 2007-10-19 11:09:39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언젠가 잘못되고야 만다는 '치숌의 법칙'인가. 불화설이 끊이지 않던 니콜라 사르코지-세실리아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끝내 갈라섰다.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식 때 다섯 자녀와 함께 행복한 표정으로 가족사진을 찍은 지 불과 5개월, 결혼 생활 11년 만의 파경이다. 각자 한 번의 이혼과 재혼, 별거, 재결합을 거쳐 이혼에 이르렀다. 별거하는 동안 맞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일견 '콩가루 집안'처럼 보인다. 어쨌든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역사상 적어도 세 가지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전후 세대 첫 대통령, 이민가정 출신 첫 대통령, 재임 중 이혼한 첫 대통령.

파경의 연기는 이전부터 모락모락 났다. 지난봄 세실리아는 남편을 위한 지원유세도 하지 않았고 결선 투표에서 남편에게 투표조차 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후 공식 석상에도 단 세 차례 참석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가로세로 금이 잔뜩 나있었던 것이다.

지구촌의 관심은 세실리아 여사에게 한층 쏠려 있는 듯하다. 프랑스 퍼스트 레이디라는 자리를 헌신짝 버리듯 차버릴 수 있다니…. 모델 출신의 자유분방한 기질 탓인가? 엘리제궁의 틀에 꽉 짜인 생활에 대한 염증? '내 인생은 나의 것' 식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증?

대통령 재임 중 이혼 사례로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선배격이다. 일본 이민 2세로 10여 년간 집권했던 후지모리도 가정적으로는 크게 실패했다. 일본 이민 가정 출신인 아내 수산나 히구치 여사와 사이가 무척 나빴다. 아내가 1995년 정계 진출을 선언하자 가차 없이 이혼해 버렸고, 히구치 여사의 대통령 입후보 차단을 위한 법까지 만들었다.

히구치 여사 또한 야당의 저격수가 되어 한때의 남편에게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후지모리의 일본 망명 후엔 자신도 후지모리 정권하에서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나 하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예치된 7천만 달러를 폭로하기도 했다. 악연도 이만한 악연이 없다.

흔히 부부는 無寸(무촌)이라고 한다. 촌수가 없을 만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기도 하지만 등 돌리면 세상에서 가장 먼 사이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르코지-세실리아의 이혼사건을 보니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 우리 속담이 문득 생각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