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접은 프로야구 구단들 구조조정 시작

입력 2007-10-16 09:29:22

'지는 별' 삼성 김한수·박종호 등 기로에 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한창이지만 준플레이오프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접은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5개 구단이 저마다 전력 정비에 들어감에 따라 노장 선수들이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일찌감치 타선 세대교체를 선언한 삼성의 베테랑들은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 '소리없이 강한 남자' 김한수(36), '가을 사나이' 김종훈(35), 국내 최고의 2번 타자 박종호(34) 등이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서 있다. 모두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공을 세웠던 이들이지만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는 탓일까.

김한수는 지난해 타율 0.254에 머물더니 올해는 0.235에 그쳤다. 1루를 지키기에는 방망이가 받쳐주지 않았다. 김종훈은 올 시즌 63경기에 출장했지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 대신 김창희와 강봉규가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팔꿈치 수술로 17경기만 출전하고 조기에 시즌을 접은 박종호는 7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기록한 교타자. 하지만 지난해 65안타(타율 0.238)로 부진했다.

선수 본인이나 오랫동안 그들을 성원해온 팬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전력을 재정비하려는 삼성에서 그들 모두가 살아남을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모두 올 겨울 각오를 다져 양준혁(38)처럼 완벽히 부활하길 꿈꾸겠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성실함과 강한 근성을 갖춘 박종호의 경우 작전수행 능력이 좋은 데다 스위치 히터라는 장점을 갖고 있어 몸 상태만 회복된다면 대타요원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삼성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구단들도 저마다 내년 시즌 구상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LG 트윈스는 마해영과 진필중을 내보냈다. 2004년 삼성에서 FA가 된 뒤 KIA 타이거즈(4년 최대 28억 원)를 거쳐 LG 유니폼을 입었던 마해영과 2004년 KIA에서 FA 자격을 얻어 LG와 계약(4년 최대 30억 원)한 진필중은 한때 최고 강타자와 특급 마무리 투수로 꼽혔던 이들. 다른 구단이 이들을 잡으려고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아 은퇴 위기에 몰렸다.

선수 뿐만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강병철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고 단장을 교체한 KIA 타이거즈는 서정환 감독의 자리를 보전해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롯데는 마무리 훈련을 박영태 수석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 강 감독의 후임으로는 박영태 현 수석코치, 김용희 전 롯데 감독, 양상문 LG 코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노장, 1군 무대 조차 밟아 보지 못한 선수들에 비하면 한 때 프로야구 무대를 주름잡았던 이들은 그나마 행복한 야구인이었던 셈. 그러나 세월은 화살같이 흐르고 이들의 선수 생활도 어느새 황혼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내년 녹색 그라운드에 다시 서서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는 노을'이 될 지, 올 가을 바람 사이로 조용히 사라져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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