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 봉사하는 삶과 건강생활

입력 2007-10-03 07:40:26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하루 가사노동이 아내는 208분, 남편은 32분으로 맞벌이 아내의 노동시간이 남편의 6.5배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가사 분담은 역할 과중과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주부들의 정신건강 악화, 불화, 부부싸움, 신혼 이혼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며 가사 분담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행복한 대한민국'을 저해하는 5대 결핍 사례 중의 하나로 '남편 역할의 부족'을 꼽았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편 역할의 증가와 함께 가정생활의 만족, 자기 계발의 향상, 대화의 필요성, 기부와 봉사문화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자원봉사의 참여문화는 자기 계발의 향상을 위한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단절된 대화가 이어지고 생활의 여유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봉사'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리고 봉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같이 느끼고 즐기는 문화로 자긍심과 함께 겸손을 배우게 된다는 기쁨도 뒤따른다.

흔히들 '봉사는 왜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하나같이 '부끄럽다.' 또는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등의 말을 자주한다. 이처럼 소외된 이웃에 비해 항상 자기 삶에 대해 관조하거나 만족해하면서 행복해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봉사적인 삶은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정신적 안정과 함께 육체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열어가는 관문이 된다. 한의학에 '心身一如(심신일여)'라 하여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사상이 있다. 마음이 편안하면 육체의 고통은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인체의 몸과 마음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 건강을 유지하여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의 또 다른 표현이다.

봉사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나눔의 실천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정신은 항상 자기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웃의 아픔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거나 그냥 내팽개치고 만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황량해질까?

나눔은 불교의 육바라밀에서 그 첫번째인 보시바라밀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의학에서는 '治未病(치미병)'이라 하여 '병이 오기 전에 미리 몸을 다스린다.'는 예방의학적인 관점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어려운 이웃을 만났을 때 미리 손과 발이 되어주는 봉사는 사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라 할 수도 있다.

한의학의 '양생의학' 또한 잘못된 생활습관을 올바로 잡아주며 건강하고 여유있는 삶을 향유하게 하는 것이다. 지나친 과음이나 흡연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을 가져오는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잘못된 식생활, 그 중에도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의 과식 등으로 멍들어 가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돌이켜보라.

무절제한 생활습관은 많은 병으로부터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보면 절제된 삶, 봉사하는 삶이야 말로 건강생활의 첩경이기도 한 것이다. 봉사는 말로만 하는 '구두선'이 아닌 몸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철학이다. 봉사하는 삶은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 대화를 통한 소통의 문화를 이루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 '보약'인 것이다.

한의학은 인체의 자연치유력인 正氣(정기)를 북돋우어 몸속의 나쁜 기운인 邪氣(사기)를 몰아내는 扶正祛邪(부정거사)의 치료법을 활용하고 있다. 인체의 자연치유력인 정기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늘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컵 속의 물이 반쯤 비워져도 '아직도 이 만큼이나 남았네!'라는 식의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세간에 '9988234'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구십 구세 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아픈 후 사흘 만에 죽자'는 이 말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봉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2+2=4'라는 등식은 '이해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생활을 가꾸어 나가자. 그것이 당신의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이끌어 줄 것이다.

이재수 대구수성구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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