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 다시 지방분권을 국가 의제로

입력 2007-10-02 07:14:31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 지방에 일자리를' 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지방분권운동의 횃불을 치켜든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이러한 운동의 힘과 참여정부의 정책의지에 기초하여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의제 중의 하나로 설정되고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이 제정되어 관련 정책들이 수립되고 실행되었다.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란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이 시도되었다.

2003년 이후 현재까지 949건의 국가사무가 지방사무로 이양되었다. 분권교부세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도입되어 지방정부 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가 도입되어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의 길이 열렸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이 추진되었다. 지역발전을 위한 민관 협의 기구인 지역혁신협의회의 설치, 혁신클러스터 및 신활력지역 사업,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누리사업, 지역인재 채용목표제의 도입 등 균형발전을 위한 크고 작은 정책들이 실시되었다.

그동안 수도권 주민과 지방 주민 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자원분산 정책들에 대해 지방 사람들은 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길로 받아들였지만, 수도권 사람들은 수도권을 위축시키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았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권한이양에 대해 지방공무원들은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본 반면 중앙공무원들은 정부 효율성 저하와 예산낭비를 우려하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같은 정책들이 과연 지방을 살릴 수 있을까, 지방정부에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회의론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대립 갈등과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 수도권 일극발전체제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분권 다극발전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되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추진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적지 않은 오류와 한계가 있었다. 이를 인정하고 수정보완하려는 자세 없이 요지부동의 대못을 박았다고 호언만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시대정신을 망각하고 그 대못을 뽑아버리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더 큰 잘못일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 다시 지방분권을 국가 의제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지방분권이란 개념에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권한이양과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의 자원분산이란 두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제대로 추진되어 그것이 목표로 하는바 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참여정부가 깔아 놓은 토대를 다지면서 훨씬 강도 높은 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 법률수준에서 추진된 지방분권의 한계가 분명해졌으므로 헌법수준에서 그것을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 중 가장 심한 중앙집권 수도권 집중 국가인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헌법의 원리에 따라 각종 법률이 제·개정되어야 한다.

지방행정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 지방소비세 도입 등 재정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부총리급을 장으로 하는 행정기구인 '국가균형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영남권, 호남권, 중부권 등에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경제권을 형성시켜야 한다.

균형발전정책을 포함한 지방분권 정책의 성공을 나타내주는 최종적 지표는 수도권 인구의 감소와 지방 인구의 증가일 것이다. 그동안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계속되고 있고 2011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을 전망이다. 앞에서 제시한 방향으로 다시 지방분권을 국가 의제로 설정하여 강력히 추진해야 지방에 인재와 돈이 몰리고 '지방이 희망이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지방분권국민운동 초대의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