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칼럼 '스님도 군대에 갑니까?'

입력 2007-10-02 07:35:38

▶다음 글은 조계종 보현의 집 원장인 지거스님이 매일신문에 실은 칼럼 '스님도 군대에 갑니까?' 중 일부다. 스님도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한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 거부자 가운데 99%가 특정 종교 신도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특정 종교인의 인권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 종교의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형평성에 변화를 주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자. 이와 함께 칼럼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성 군 복무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 입장과 현실적인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스님도 군대에 갑니까?'라는 질문을 간혹 받을 때가 있다. 사회통념상 '스님들은 군에 가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행하는 스님들도 군에 입대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상의 '모든 국민'에는 당연히 수행자도 여성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중략)

우리나라 여성들의 제반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굳이 여성 대권후보,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의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거론된 바 있는 여성의 대체복무제 법안을 마련하는 등, 국방 분야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반영되는 국가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전투만이 국방은 아니다. 여성 본인 의사에 따라 사병 입대도 허용하고 재난 구호 요원, 의료 및 사회복지 요원, 대민 공익 요원 등 각 분야에서 공익적 복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남성 병역 수급 자원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며, 자주국방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거스님(조계종 보현의 집 원장)

▶다음 글은 9월26일자 매일신문 칼럼 '야고부'의 일부다. 글을 읽으며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이로 인해 침해받는 또 다른 자유와 권리가 있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아인슈타인은 개인적인 저항(양심적 병역거부)으로 유럽에서의 군국주의와 싸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위협에 떨고 있는 벨기에와 프랑스의 현실 앞에서 그는 신념을 꺾었다. 히틀러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한 뒤 한 지인(知人)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벨기에 시민이라면 병역을 거부하지 않겠다. 유럽문명의 보호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군복무를 받아들이겠다." 러시아 혁명 후 적군(赤軍) 총사령관이었던 트로츠키가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던가.

이렇듯 전쟁은 내가 거부한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295년 로마군에 의해 처형된 북아프리카인 막시밀리아누스, "베트남 사람들은 나에게 조금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내가 그들과 싸울 이유가 없다."며 징집을 거부한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그들의 수많은 동지들은 자기 양심을 지켰을지는 몰라도 전쟁을 막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기 양심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들의 양심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들 대신 전쟁에 나선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필요로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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