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이냐! 가격흥정" 즐거운 재래시장

입력 2007-09-20 10:12:26

동산상가 아동복 매장 "손님 많아 밥먹을 새도 없어요"

▲ 전반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재래시장이지만 명절만큼은 상인들을 웃음 짓게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 전반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재래시장이지만 명절만큼은 상인들을 웃음 짓게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재래시장 상인들이 오랫만에 웃고 있다. 상인들은 경기 침체와 대형 소매점 공세로 "장사가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기 일쑤였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밀려드는 고객들로 주름살이 조금은 펴졌다.

'평소에도 명절만 같아라.'라는 희망을 꿈꾸면서 상인들은 막바지 추석 고객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석 특수'만 같아라

19일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 지난주말부터 고객들이 부쩍 늘면서 시장에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곳곳에서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상인들과 흥정을 하며 기분 좋은 입씨름을 벌였다.

대형 건어물 가게 안에는 제수용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명태나 오징어 등 건어물을 사려는 손님들이 평상시보다 손님이 30% 정도 늘면서 손길이 바빠졌다.

직원 전수인(38·여)씨는 "지난해 추석 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나마 명절이라도 있어 재래시장이 사는 것 같다."며 반짝 특수를 반겼다.

가게 안에는 간간히 젊은 주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수민(31·여)씨는 "시어머니께서 서문시장 건어물이 저렴하다고 추천했다."며 "다른 때는 대형소매점을 찾았지만 재래시장에 와 보니 명절분위기도 나고 가격도 싼 것 같다."고 했다.

대소쿠리 등 죽제품을 파는 가게들도 모처럼 신났다. 시장 내 주차빌딩에서 죽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종분(72·여)씨는 "평소엔 하루 20만 원 정도 팔았는데 요즘은 하루에 5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목이 좋은 곳은 더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2지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오다 지난 2005년말 2지구에 불이 나는 바람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했다.

동산상가에는 아동복을 사러 온 주부들로 좁은 통로를 다니기조차 힘들었다. 손님들은 이옷 저옷을 만져 보고 흥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지영(33·여) 씨는 "어른들을 보러 가는 추석 때 딸에게 예쁜 새 옷을 입혀야 되지 않겠냐."며 "아동복이 워낙 비싸다보니 브랜드 옷보단 시장에서 파는 옷들이 실속 있다."고 말했다.

한 아동복가게 직원 김영신(29·여) 씨는 "2주 전부터 평소와는 달리 오전부터 찾는 사람들로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내 한 수입쇠고기 전문 식육점도 주문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직원 백진훈(26) 씨는 "한우의 경우 가격 자체가 워낙 고가라 최근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수입산을 많이 사간다."고 전했다. 산적용의 홍두깨살이나 갈비찜용으로 사용되는 LA갈비 등이 주로 나간다고 했다.

상인들은'아케이드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서문시장의 경우 아케이드가 설치된 1-4 지구에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김종성(42)씨는 "지난 주에 비가 많이 올 때도 여기 만큼은 행인들로 붐볐다."고 했다.

박병일 서문시장상가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 5월 아케이드가 설치된 1-4 지구는 올 여름과 비가 올 때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며 "예전보다 행인들이 30% 정도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건과류 가게 "아직은…"

전반적으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만 과일이나 건과류 등 일부 품목을 취급하는 가게는 한산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상인들은 이번 일요일까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칠성시장 내 청과물시장엔 생산지에서 과일을 들여오는 차량으로 붐볐다. 하지만 과일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선대부터 이 곳에서 과일을 팔았다는 김영석(55) 씨는 "과일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과일을 찾는 손님들이 적지만 이번 주말이 되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씨는 "대형 마트도 이 곳 청과물시장에서 물건을 가져가기 때문에 가격 차가 30% 정도 난다."고 가격자랑을 했다.

예를 들어 상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가형 15㎏ 들이 배 한 박스가 이곳에선 3만3천 원에 팔리지만 대형마트에선 4만5천 원 정도는 줘야 한다는 것.

건과를 파는 김영대(67) 씨도 "평소 때보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20% 정도는 증가한 것 같지만 원래 식품의 경우 사람들이 미리 사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추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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