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부모님 살펴보세요"

입력 2007-09-20 07:52:30

'건강 괜찮다' 말만 믿지 말고 건강검진 한 번쯤 받도록

올해 일흔의 의성댁. 결혼 뒤 시집살이와 동시에 40여 년 동안 김 씨 집안의 차례와 제사 준비를 해 왔다. 며느리가 둘씩이나 있지만 대처에 나가 살기 때문에 제수 준비는 여전히 의성댁의 몫이다. 허리와 관절 부위가 욱신거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질 때도 많다. 그래도 명절이면 아들 식구들과 며칠을 보낼 수 있기에 마음은 소녀처럼 설렌다. 아들과 며느리가 오는 날이면 방안에 있던 약 봉지를 장롱 서랍에 밀어 넣는다.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드리자. 우리 주변에는 의성댁 같은 부모님들이 많다.

◆아픈데 없다는 말씀은 거짓말?

부모님께 편찮으신 데가 없느냐고 여쭤보면 대부분 부모님들은 괜찮다고 하신다. 오히려 자식들의 건강을 걱정한다. 그런데 부모님의 그런 말씀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은 평균 2, 3개 질환과 5~7가지의 건강의 문제점을 호소하고 있다. 노인들은 심각한 증상이 있어도 의사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혹시 나쁜 병이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증상이 있어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청력장애, 심부전증, 요실금,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부끄럽거나 나이가 들어 당연히 생기는 병으로 여기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드시는 약을 확인하자

노인들은 복합적인 질환을 앓는 특징이 있다. 아픈 곳이 많다 보니 먹는 약의 종류와 양이 많을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약을 먹게 되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질환치료를 위한 약이 아니라 단지 증상을 덜어주는 약(진통제, 소화제 등)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약들은 면역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 세포의 해독기능이 젊은 사람의 30~50% 수준에 불과해 약물 해독에 어려움이 생긴다. 노인은 소화기관, 특히 간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신장의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독소를 배출하는 능력이 감소돼 있다.

필요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들 가운데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1, 2년 전 처방받은 약을 그대로 복용하는 일도 많은데, 적어도 2, 3개월에 한 번씩은 의사에게 정확한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에게 흔한 질환과 증상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은 파킨슨씨병, 관절염, 동맥경화증, 척추협착 , 대상포진, 치매, 류머티스성 다발성근염 등이다. 노인들의 흔한 질병 가운데 몇 가지는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생리적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여기에 반복적인 손상이 동반되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울증을 앓는 노인들도 많다. 70세 이상 노인 가운데 35~40%가 노인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노인들은 변비나 소화불량으로 많이 고생한다. 나이가 들면 소화기관의 신경세포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이 발생한다. 변비를 개선하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하며 식이섬유(하루 권장량 32g)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필요한 검사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 여부를 점검해 필요하면 약을 먹어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는 상태에서 넘어지면 치명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예전과 달리 건망증이 심하거나 손자들 이름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치매는 완치가 되는 질병은 아니지만 치료를 하면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혈압과 혈당, 안과 검사도 필요하다. 특히 백내장으로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데도 노안으로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은 1년에 한 번쯤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위암 검사는 40세(여성 50세)부터 2년마다 하는 것이 권장된다. 간암검사는 간경화나 간염보균자는 6개월마다, 정상인은 40세(여성 50세)부터 1년에 한 번 하는 것이 좋다. 대장암검사의 경우 40세 이상부터 매년 대변잠혈 반응검사나 5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정승필 영남대 가정의학과 교수, 김대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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