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까지 10분 걸려…초기진화에 어려움
한일합섬 대구공장이 4년 만에 또다시 화마에 휩싸이면서 업체의 화재 대비 및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3년 화재의 경우 설비 노후에 따른 전기합선으로 추정됐지만 이번 화재는 새로 지어진 건물에서 발생, 화재에 무신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특히 이곳은 지난 대형 화재 뒤 내화성을 갖춘 그라스울 패널로 창고를 만들었지만 화재에 취약한 부직포 원재료, 제품, 원사 등을 보관하면서도 초기 진화에 필수적인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2003년 대규모 화재 피해를 경험하고도 지난 화재와 유사점 등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안전 불감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화재의 경우 공장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한일합섬 관계자는 "지난번 화재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를 검토하기는 했지만 건물의 용도나 성격상 맞지 않아 설치하지 않았다."며 "이 건물의 경우 소방시설유지관리법상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면적이어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공장에는 옥내소화전 5개, 소화기 60개, 상수도소화용수 1개, 비상방송설비와 비상유도등은 갖춰져 있었다.
발화 시각과 신고 시각 간의 차이로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어 대형화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화재 당시 연기감지기가 연기를 감지했고 비상벨이 울렸으나 공장 직원들이 비상벨 소리를 낮추고 현장 확인부터 해 신고까지 약 10분 이상 걸렸다는 것.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의 경우 최초 발화 5~10분이 가장 중요한데 이 시간을 놓쳤다."며 "이미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화염이 강하고 불길도 30~50m까지 치솟아 진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화재가 토요일 오후에 발생한 것도 비슷하다. 근무자가 적어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초동 진화가 시도되지 않았고 화재 발생 취약 시간대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는 것.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화재 발화지점의 경우 통제구역으로 문이 잠겨 있었고 외부침입 흔적도 없어 화재를 예방하기는 어려웠지만 조금만 빨리 대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있다."며 "방화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현장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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