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⑩日 교토에서 배운다

입력 2007-09-12 07:17:29

50개 지역大 '어깨동무' 컨소시엄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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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컨소시엄 교토'는 지역대학의 힘으로 시민들에게 질 높은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캠퍼스 플라자 교토빌딩에서 열린 시민강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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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컨소시엄 교토' 사무국이 있는 '캠퍼스 플라자 교토' 빌딩.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취재팀과 대구경북고용인적자원포럼 회원들은 지난달 말 인적자원개발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일본과 싱가포르를 둘러봤다. 일본 교토에서는 지역과 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사례를 볼 수 있었고 싱가포르에서는 교육산업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모범사례를 지켜보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대구·경북과 일본 교토는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지만…'

'대학컨소시엄 교토(이하 교토컨소시엄)'는 지역과 대학 간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다. 일본 교토시는 교토컨소시엄을 통해 지역 대학의 위기를 돌파하고 지역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전통적인 섬유도시이고 56개의 대학·전문대학이 집중돼 있는 대구·경북지역은 여러 면에서 교토시와 닮았다. 그러나 두 도시는 너무나 다르다. 대학을 지역 발전에 활용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과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교토컨소시엄이 지역에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까?

▲본부 건물은 교토 중심가에…

중심가인 교토역에서 왼쪽 인도를 따라 100m 가까이 걸어가면 국제회의장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현대식 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상 6층, 지하 1층의 '캠퍼스 플라자 교토'. 교토컨소시엄의 본부이자 지역대학 공동이용시설이다.

교토시가 지난 2000년 이 빌딩을 짓는 데 쓴 돈은 무려 100억 엔(한화 800여억 원). 부지 값 100억 엔은 별도다. 땅값이 가장 비싼 곳에 '대학센터'를 세운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정희 교토 소세대학 교수는 "지역 대학의 힘을 결집하고 이를 지역 발전에 쏟아 붓기 위한 교토시의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라고 설명했다. 빌딩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강의실, 공동연구실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수많은 대학생, 시민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교토컨소시엄은?

교토컨소시엄은 1994년 설립된 교토지역 50개 대학의 '연합 대학'이다. 이곳의 경쟁력은 '대학-대학' '대학-고교' '대학-기업' '대학-지역민'이 그물망처럼 연계돼 있는 데서 나온다. 학점 상호인정제, 학생 인턴십, 기업가 학교, 학생 벤처스쿨, 시민강좌 등 다양한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교토컨소시엄 설립 이후 일본에서만 대학컨소시엄이 40여 개나 만들어질 정도로 지역과 대학 협력의 모범사례가 됐다. 주목을 받게 된 비결은 뭘까?

니시우라 아키라 교토컨소시엄 사무국장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전통복 기모노 산지였던 교토는 값싼 중국산에 밀려 기반산업 자체가 흔들렸다. 중소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았고 1990년대 들면서 일본 전체에 불어닥친 경제난까지 겹쳐 지역 경제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더욱이 교토지역 대학의 30%가 외부로 캠퍼스를 옮길 계획을 세우는 등 '대학의 고장' 교토는 그 기반마저 무너질 위기에 직면했다. 이때 교토시가 주목한 것은 대학 살리기였다.

"교토시를 중심으로 반경 10㎞ 내에 50개 가까운 대학이 있고, 인구 대비 대학생 수가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학문의 고장이었지만 그때까지 지역과 결합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교토시는 대학생의 20%가 외지 출신이고, 이들이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공무원들이 일일이 대학을 방문해 어려움을 들었다. 불만이 쏟아졌다. 해답은 대학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맞춰졌다.

1994년 3월 높은 임금을 주고 지역대학의 최고 엘리트들을 고용해 사무국을 꾸렸다. 98년에는 1억 엔의 기금을 마련해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대학컨소시엄 교토'의 출발은 소박했지만 그 성과는 일본 전역을 뒤흔들었다.

학점인정제, 공동연구, 신입생 유치 공동홍보 등 대학 간 연계성을 높이는 한편 지역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시민강좌도 마련됐다. 시민강좌는 유료강좌임에도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97년 86개 과목이던 것이 2006년 414개로 늘었다. 시미즈 이쿠코 사무국 차장은 "강좌들은 시민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으로 인식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대학생 취업률이 95%를 넘지만 각 대학 학생들은 컨소시엄에서 실시하는 인턴십에 참가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있다. 1, 2개월의 인턴십은 사전 교육이 유료로 진행되는데도 오사카 등 인근 지역 학생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인턴십은 지역 및 인근지역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학생들에게는 자기계발과 사회 경쟁력을 키워주고, 기업체에서는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교토컨소시엄은 인턴십을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토에서 배우자.

"대학생 17만 명 중 교토시에서 하숙하는 학생이 절반에 이르고, 유학생 한 명이 연간 뿌리는 돈은 200만 엔이나 됩니다. 건물 짓는 데 쓴 100억 엔은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대학들은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지요." 아키라 사무국장은 "교토는 대학과 학생을 보물처럼 여긴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상황은 어떤가. 교육도시를 부르짖지만 투자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수는 많지만 그 역량을 지역사회 발전에 활용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고, 상호 협력은커녕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만 벌이고 있다."고 했다. 지역 발전과 대학의 생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도 지자체와 대학, 기업체는 제각각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자체는 대학에 별다른 지원을 않고 있고, 대학은 지역발전에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대구·경북에서도 대학 간 네트워크나 컨소시엄형 대학을 추진해야 한다."며 "대학과 시민, 지역사회와 산업계와의 연대성을 높여 학술·문화 도시의 기반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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