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⑨국제지식 산업도시와 일자리 창출

입력 2007-09-05 07:20:55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우려 목소리

▲ 대선을 앞두고 기획된 국제지식산업도시 프로젝트는 효용성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동타워에서 열린 \
▲ 대선을 앞두고 기획된 국제지식산업도시 프로젝트는 효용성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동타워에서 열린 \'국제지식산업도시, 대구\' 프로젝트 중간보고회.

'국제지식산업도시, 대구' 캐치프레이즈는 거창하지만 내용도 그러할까.

지난달 31일 대구시는 국제지식산업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제기반 구축은 물론이고 1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문제는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 될 수 있을까? 희망적인 전망과 비판적인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대구 미래는 '지식' 산업?

"제조업이 그동안 대구 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지금은 기존 산업으로는 경제를 뒷받침하기도, 고용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제라도 뭘 먹고살지 고민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대구 GRDP(지역내총생산)의 비중 축소, 민간소비지출 4위. 글로벌 경쟁과 수도권 집중 심화, 산업구조의 급변 등 대내외적 환경변화로 위기에 몰려 있는 대구의 탈출구는 과연 뭘까?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오랜 학문적 전통과 교육 인프라, 이를 통해 비축된 인적자원을 활용할 때 대구의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술을 흡수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지식기반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

대구시가 효용성 여부에 관계없이 정책 방향을 '지식산업'에 모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경섭 대구시 경제정책과장은 "지식의 창출, 활용 정도가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고 기존 산업들도 지식을 기반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대구가 인적, 문화적 자원을 활용해 '대구=지식'의 이미지를 선점할 경우 도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좋은 것은 다 하자?

한 대학 교수는 "대구시가 발표한 구상을 보면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한 곳에 모아놓은 것 같고, 마치 한 국가의 장기 프로젝트를 접하는 것처럼 방대하다."며 "구상만 늘어놨을 뿐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원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예산과 인력의 조달방안 없이 정치적 수사만 나열해 놓았다."며 "특정 후보의 대선공약과 연계돼 있는 등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예산 마련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장 빚에 허덕이는 대구가 11개 개별프로젝트에 대한 14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반문한다. 시는 시비 1조 4천억 원에 나머지 12조 6천억 원은 국비와 민자, 외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병목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재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나 지자체가 기술 혁신을 위한 시드 머니(종자돈)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국제지식산업도시 프로젝트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기획됐다. 한나라당 대선공약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11개 개별 프로젝트는 대구의 역량과 여건에 비해 크게 부풀려지고 확대된 측면이 강하다. 대구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들은 대선때마다 현안사업을 '뻥튀기'하기 일쑤였지만 지금까지 대구는 너무 '얌전하게' 있는 그대로만 요구해왔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시도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프로젝트?

"개별 프로젝트들이 대구를 먹여살릴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는 "'정책지도'라는 큰 그림에 따라 기획되지 않아 개별 사업 간에 연계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개별 프로젝트를 통괄, 조정하는 기구의 신설과 함께 대구가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이노벨트 경우 IT산업의 급성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산업 특성상 고용창출이 미비하고, 입지의 안정성도 취약하다. IT산업과 관련 인력에 사회문화 환경적인 매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미래형 자동차 산업도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데다 완성차 업체에 끌려가는 부품업체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개별 프로젝트가 제조업과 인프라 구축의 하드웨어 중심으로 짜여 있어 국제지식산업도시의 개념자체를 무색하게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우수 인력 활용계획도 빠져있다.

김휘석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은 "제조업은 서비스업이 뒷받침하지 않고서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대구가 뭐든 다 하려는 것보다는 경북과 연계해 발전체계를 구축하고,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서비스 중심 산업의 기반 다지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제지식산업도시의 11개 프로젝트='모바일 이노벨트 조성' '지능형 자동차산업 육성' '건강산업 메카' '문화창조산업 육성' '교육학술 중심도시 조성' '초일류 테크노폴리스 건설' '노후 도심공단, 국가 디지털산업단지 재정비' '동대구역세권개발'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광역교통만 구축' '도심 군사기지를 지식산업기지화' '낙동강 연안개발'.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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