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수업 시간 중 욕설

입력 2007-09-04 07:15:59

"에이, 씨!"

수업 시간 중 엎드려 있던 학생을 교사가 깨우자, 학생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뱉은 말이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 봐!"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뭐!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이 새끼가 거짓말까지 하네! 너, 당장 따라 와!"

교사는 그 학생에게 체벌을 가했고, 학생은 다음 날 등교하지 않았다.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항의를 하면서 일은 더욱 시끄러워지고 커졌다. 결국 그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체벌을 한 교사는 징계를 받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되었다. 얼마 전 후배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상황을 우선 교사의 입장에서 보자.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본 교사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조는 것도 아니고 엎드려 있었느니 자신을 무시하나 싶어 더욱 화가 났을 것이다. 그래서 깨웠는데, 학생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무척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수업 시간 중 "에이, 씨!"라니, 그것도 감히 선생님에게······. 용서가 안 되어서 체벌을 했을 것이다.

다음은 학생의 입장이다. 학생은 전날 친구에게 빌린 책이 무척 재미있어서 새벽까지 읽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학교에 와서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고 했지만 너무 졸렸다. 한잠이 들어 꿈까지 꾸는데 누가 툭툭 치는 것이다. 친구가 깨우나 싶어서 "에이, 씨!" 했는데 그만 선생님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사 전달 방법이 문제가 된다. 먼저 학생의 경우,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라는 교사의 말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면 교실 내에서 상황이 종료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다시 말하란 다그침에 "선생님께 한 말이 아닙니다. 친구인 줄 알고 실수로 ······."라고 했으면 선생님의 화도 조금은 덜었을 것이다.

다음은 교사의 의사 전달 방법이다. "에이, 씨!"하는 학생의 말에 대해 "나한테 한 말이냐?"라고 물었으면 학생도 "선생님께 한 말이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바로 사과를 했을 것이다.

'큰 돌이나 작은 돌이나 가라앉는 것은 똑같다.'는 말이 있다. 큰 말이든 작은 말이든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똑같다는 의미다. 인간에게는 동물과 달리 '언어'라는 훌륭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있다. 아주 미세한 감정도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인간 언어의 특징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뿐더러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담긴 말을 주고받는 학교나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 sam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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