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연재하는 '相生(상생)의 땅 가야산'을 취재하기 위해 가야산은 물론 그 주변의 남산제일봉, 우두산 등 산을 숱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35℃가 넘는 날씨에 등산을 하는 것은 苦役(고역)이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얻는 것이 적지 않다. 땀흘려 등산하며 건강을 다질 수 있고, 산을 통해 미력하나마 마음 공부도 할 수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에 나서고 있다.
산을 오르내리며 '국민 스포츠'가 된 등산 열풍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등산 인구가 1천만 명에 이른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생각이 들 만큼 '산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산을 좋아하는 국민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어서 어려서부터 산은 친구와 같은 존재인 데다 산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기에 앞다퉈 산을 찾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등산을 통해 정치적 소신을 피력하거나, 정국 구상을 하는 것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속도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자주 올라 정치적 화두를 던졌고, 이명박·손학규 등 대권주자들도 등산을 통해 정치적 步幅(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등산을 유달리 좋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산악회란 모임을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礎石(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최근엔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지난 주말 2박 3일 지리산 산행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서로 "동업자" "동반자"로 부르는 사이기에 그가 지리산에서 어떤 구상을 했을지에 촉각이 쏠리는 것이다. 산에서 내려온 그의 등산 배낭에 무슨 생각들이 담겼을지에 따라 한나라당 행로는 물론 대선 정국의 흐름이 좌우될 것 같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많은 정치인들이 등산을 통해 정치적 행보를 모색하지만 정작 산이 가르쳐주는 메시지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에 오른다는 뜻을 가진 登山(등산)의 참된 가르침은 산을 내려가는 下山(하산)에 있다. 아무리 높은 산을 오른 사람도 산을 내려가야 하는 것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도 결국엔 그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을 향해 산은 또 下心(하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몸가짐은 물론 마음을 다해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에서 겸손이 나오고, 남을 위한 자비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정치인들이여!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 하심의 마음을 가져보심이 어떨는지….
이대현 스포츠생활부 차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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