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포도따기 체험

입력 2007-08-22 08:01:16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청포도'

이육사의 시처럼 8월은 포도의 계절이다. 한여름 땡볕에 무르익어가는 포도알이 탐스럽고 태양빛을 머금은 포도송이마다 보랏빛 향기가 가득하다.

경북 영천은 포도의 고장이다. 마을 포도밭마다 색깔 좋은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포도는 한여름 뙤약볕을 맞으며 단맛을 키운다. 더위가 한창인 요즘 영천을 찾으면 제철 과일인 포도 수확과 함께 와인만들기의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대구에서 지척인 영천은 전국 최대 포도 생산지다. 영천의 포도재배면적은 2천198ha로 전국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우리가 먹는 포도 10송이 가운데 1송이는 영천산인 셈이다.

영천이 이처럼 포도로 유명한 것은 지리적 환경 때문이다. 영천은 강수량이 적은 대신 일조량이 많다. 이 때문에 영천 포도는 당도가 높고 포도알이 굵다.

영천 어디서나 포도밭을 만날 수 있다. 짙푸른 초록 잎 아래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포도송이가 먹음직스럽다. 바람에 날리는 향긋한 포도향이 전국 제일의 포도 산지라는 것을 알려준다.

영천에서는 본격적인 포도수확이 시작됐다. 하우스 포도는 이미 수확을 끝냈고, 비가림막 아래 포도와 노지의 포도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포도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지만 한 줄기 빗방울에 알맹이를 떨어뜨릴 만큼 물기에는 약하다. 비를 맞으면 포도껍질이 갈라질 정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 비가림막이다. 노지와 하우스의 중간형태인 비가림막은 노지보다 5~10일 정도 수확이 이르다.

한개의 포도송이에는 60여 개의 알이 적당하다. 이보다 많거나 적으면 흐물흐물한 너슬포도가 된다. 하지만 너슬포도는 오히려 햇볕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당도가 높고 물렁물렁해 먹기 편한 장점도 있다. 포도 표면의 하얀색 가루는 농약이 아니라 당분이 껍질로 나와서 굳은 것이다. 하얀 가루가 많을수록 달고 신선하다고 한다.

영천의 포도재배지는 금호읍과 화남면 등이 대표적이다. 영천시 금호읍 신대리 '김주영포도원'은 직접 포도를 딸 수 있는 체험농원이다. 4천여 평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딸 수 있고 와인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청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익으면 익을수록 녹황색으로 변하는 청포도는 맛이 젤리처럼 쫀득쫀득하다. 알갱이가 굵직한 거봉을 한 알 떼어 입에 넣자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체험농원답게 포도를 어른 키높이에 맞춰 키웠기 때문에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손색이 없다. 포도수확 체험과 함께 와인만들기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딴 포도를 큰 통에 넣고 주무른 다음 발효시킨다. 포도체험료는 별도로 없고 자신이 딴 포도의 가격을 시세로 받는다. 포도 10kg 정도면 와인 10병을 담을 수 있다.

맛있는 포도를 고르는 요령은 간단하다. 색상이 선명한 것을 고르면 된다. 포도가 매달린 상태에서 가장 아래 포도알을 따서 먹어본 뒤 달다면 포도 전체가 단 것이다. 포도는 매달린 상태에서 윗부분부터 익기 때문이다.

현재 포도의 시세는 1kg 당 거봉 7천 원, 청포도 8천 원, 캠벨 6천 원선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포도수확 및 와인만들기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포도 명산지 영천에서 가족과 함께 새콤달콤한 포도를 까 먹고 덤으로 와인도 만들면서 추억을 쌓기 그만인 곳이다. 문의=김주영포도원(054-337-8970).

▶가는길=대구에서 영천방면 4번 국도를 타고 경산·하양을 지나 금호읍 교대네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철길을 지난 뒤 좌회전해서 가다가 대창방면으로 우회전하면 금창교가 보인다. 금창교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해서 대구대방면으로 2km 가면 왼쪽에 김주영포도원이 보인다. 대구-포항고속국도를 이용할 경우 청통·와촌IC에서 빠져나와 금호방면으로 간다. 동서교차로에서 4번 국도를 따라 가면 금호읍 교대네거리가 나온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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