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환자들 무조건 서울행?…대구로도 많이 온다

입력 2007-08-17 07:12:29

환자 유출의 실상은

▲ 환자의 서울 유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출이 심하지 않으며,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유입되는 환자가 많기로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환자의 서울 유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출이 심하지 않으며,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유입되는 환자가 많기로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지방의 환자들은 서울이란 '블랙홀'에 빨려들고 있는가?

경제, 문화, 교육 등 한국사회 전 분야에 '서울 쏠림'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전, 소득수준과 의료소비자의 의료지식 향상,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과거 지역에 기반을 둔 의료이용 형태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2004년 4월 KTX 개통과 서울의 초대형 병원들의 몸집 불리기는 지방 환자의 서울 유출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대구 의료계는 걱정은 하면서도 환자 유출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환자 유출, 그 실상을 들여다봤다.

◆"암 걸리면 서울 가야" VS "무작정 서울은 아니야"

사례1=경북 포항에 사는 이모(45·여) 씨는 1월에 포항의 한 병원에서 갑상선암이 의심된다는 검사 결과를 듣고 대구의 A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걱정대로 암 판정을 받았다. 간호사에게 수술 일정을 잡고 가라는 의사의 말에 "생각 좀 해 보겠다."며 예약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갔다. 가족들과 의논 끝에 서울행을 결심했다. 암은 그래도 서울서 수술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6월에 수술을 받은 이 씨는 "서울에 연고가 없어 불편하고 병원비가 생각보다 비쌌지만 그래도 의료진이 친절하고 최고(?)의 의사에게 수술받았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했다.

사례2=지난해 대구의 B대학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지인의 권유로 서울의 대학병원 외과를 찾았던 김모(58) 씨는 그곳 의사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는 김씨가 대구에서 온 것을 알고, "대구 B대학병원에는 위암 수술 권위자로 이름난 교수가 있는데 왜 서울까지 왔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오직 병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빠듯한 형편에 서울까지 갔던 김 씨는 다시 B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는 "암 같은 큰 병에 걸리면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 때문에 무작정 서울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대구의 대학병원의 암 수술 수준과 수술건수(의사 1인당 수술 건수)는 결코 서울의 유명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 유출 다른 지역보다 덜 심각

대구를 비롯한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의료기관 이용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대구는 상대적으로 유출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강기정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환자는 모두 194만 명(진료비 1조 1천83억 원). 2003년 170만 명(8천410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 최근 몇 년간 그 증가율이 해마다 10% 이상 늘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이 부족한 경북은 2003년 15만 8천631명에서 2005년 18만 4천44명으로 늘어 수도권 유출 환자 수와 진료비(1천224억 원) 모두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 가운데 네 번째로 많다. 대구는 2003년 7만 1천731명, 2005년 8만 7천501명(진료비 417억 원)으로 환자 유출 순위가 13개 지역 중 10번째이다.

◆의료비 유입, 대구가 서울이어 2위

환자 유출만 걱정하는데, 반대로 유입은 얼마나 될까? 그 결과는 흥미롭다. 지난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장향숙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국내 전체 진료비 20조 3천911억 원 가운데 서울에서 지출된 진료비는 5조 2천57억 원. 서울의 경우 지난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외부 유입 환자 진료비는 1조 6천839억 원으로 서울의 의료기관 총 진료비의 32.3%를 차지했다. 반대로 서울에서 다른 지역 유출 진료비는 4천320억 원으로 순수하게 서울로 유입된 진료비는 1조 2천519억 원이었다. 서울 다음으로 순수 유입 진료비가 많은 곳은 대구였다. 대구는 지난해 2천737억 원의 외부 의료비가 유입되고 1천14억 원의 의료비가 유출돼 1천723억 원의 의료비 유입효과를 거뒀다. 대구 다음으로 의료비 유입효과가 큰 곳은 대전 1천138억 원, 광주 1천49억 원, 부산 955억 원 순이었다. 물론 이 같은 통계는 환자의 서울 유출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문제점을 불식시킬 근거가 되진 못하지만 한강 이남 최고의 의료도시란 자존심은 세워주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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